방학 첫날, 고요해야 할 학교가 돌봄 교실 덕분에 생기로 가득 찼다. 1학년과 2학년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돌봄 교실. 보고만 있어도 '인형처럼 예쁘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우리 반 아이들의 귀여움을 세상 사람들에게 다 보여줄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쉬울 뿐이다. 자유 활동 시간, 1학년 아이들 네 명이 모여 앉아 한지 색종이를 조물딱거리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무슨 색 좋아하세요?"
"음, 선생님은 초록색, 분홍색, 그리고 빨간색!"
내 대답에 아이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까르르 웃으며 자기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잠시 후, 고사리 같은 손이 내밀어준 것은 정성껏 접은 종이봉투였다.
어찌 보면 아주 간단한 봉투지만 그 안에 담긴 "새해에는 성공하세요."라는 성공의 기운과 "나쁜일들은 여기 쓰레기봉투에 다 버리라"는 실용적인 다정함이 공존하는, '성공 봉투'와 '쓰레기봉투' ㅎㅎㅎ 아이들의 눈빛이 너무나 반짝여서 나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선물을 받은 양 과장된 몸짓으로 큰 리액션을 해주었다.
"우와! 이걸 직접 만든 거야? 예쁘게 잘 접었네 대단하다. 너무 예쁜걸? 선생님 정말 감동했어! 정말 고마워"
나의 환호에 탄력을 받은 아이들의 눈이 더욱 커졌다. 아이들은 곧바로 똑같은 봉투를 몇 개 더 접더니 당찬 포부를 밝혔다. 옆 반 돌봄 선생님과 늘봄 지원실 선생님께도 선물을 드리고 오겠다는 것이다. 기특한 그 마음을 차마 말릴 수 없어 "잘 다녀오렴" 하며 등을 토닥여 보냈다.
잠시 뒤, 아이들은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밝은 얼굴로 교실에 돌아왔다. 옆반 선생님께서도 나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을것이라 짐작한다. 그리고는 쉬지 않고 또다시 색종이를 접기 시작했다. 이번 봉투의 주인공은 무려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 '아뿔싸, 일이 커지고 있네.' 살짝 당황스러웠지만, 아이들의 저 순수한 동심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그래, 다녀오렴."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이들은 교장실을 향해 당당히 행진했다. 잠시 후 돌아온 아이들의 양손에는 사탕과 쿠키가 가득했다. 교장 선생님께서 아이들의 예쁜 마음에 감동해 건네주신 깜짝 선물이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2학년 여학생들의 눈에 불꽃이 튀었다. 질세라 도화지를 가져가더니 교장 선생님의 얼굴을 정성껏 그리기 시작한다.
"선생님, 저희도 다녀올게요!"
이번만큼은 말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정말 마지막이야"라는 약속을 받아내고 허락해 주었다. 잠시 후, 또 한 번 간식 꾸러미를 품에 안고 돌아온 아이들은 나에게만 살짝 받은 간식을 보여주며 짓궂게 웃었다.
나의 리액션 하나가 나비효과가 되어 학교 전체에 다정한 이벤트를 만들어냈다. 아이들의 순수함은 이토록 힘이 세다. 우리 반 아이들의 이 예쁜 마음을 좀 보세요. 세상에 이보다 더 근사한 방학 첫날이 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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