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억울해요.
18살, 가장 예민한 나이에 나는 강원도의 완만한 능선을 닮은 말투를 뒤로하고 경상북도의 한 도시로 이사를 왔다. 전학 첫날, 교실 문을 여는 순간 나는 전쟁터 한복판에 떨어진 줄 알았다. 새로운 전학생인 나를 보러 온 친구들은 반갑다며 내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그런데 그 반가움의 표현이 사뭇 당황스러웠다.
"니 어데서 왔는데? 이름이 뭐꼬?"
"강원도? 우와, 진짜 멀리서 왔네."
분명 입가는 웃고 있는데 고막을 때리는 데시벨과 억센 억양은 금방이라도 멱살을 잡을 기세였다. 쉬는 시간마다 우리 반에 놀러 온 다른 반 친구들까지 가세하면 교실은 그야말로 시장판이 됐다. 세 명만 모여도 목소리가 천장을 뚫었고 다섯 명 이상이 되면 학교 전체가 흔들리는 느낌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너희들 혹시 싸우는 거야?"
친구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봤다.
"뭐시라? 아니거든?"
"우리 지금 완전 즐겁게 이야기하는 중인데?"
"왜에? 왜 싸워 우리가~"
그날 알았다. 이곳의 즐거움은 강원도의 흥분과 비슷한 주파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그 억센 리듬에 내 귀가 길들여지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돌봄 교실에서 초등 1, 2학년 아이들과 복작대며 하루를 보낸다. 그런데 이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나의 18살 전학 첫날의 그 묘한 분위기가 문득문득 되살아난다. ㅎㅎ 분명 아이들은 서로 마주 보며 깔깔거리고 있다. 손에는 장난감이 들려 있고 눈은 초승달처럼 휘어져 있다. 그런데 소리만 들으면 영락없는 결투 신청이다.
"야! 니가 이거 가져갔잖아~~ 내노라꼬~~!"
"싫은데? 내가 먼저 잡았다니깐?"
"내가 먼저 잡았따고오~~~"
"언~~~제?"
"야야야, 그럼 이거 할까?"
"그럴까?"
"아하하하하"
"까르르"
가만히 목소리만 들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어떨 땐 금방이라도 울음보가 터질 것 같아 "얘들아, 싸우지 마~"라고 말하면 아이들은 되레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나를 본다.
"선생님, 우리 안 싸우는데요?"
"노는 건데요? 왜 싸워요, 우리가?"
"마~ 마찌 그~치..."
"응, 아니야.~~"(아이들 유행어임)
"하하하, 큭큭큭"
그래, 여기는 경상도지..ㅎㅎ
돌봄 교실 아이들의 목소리가 큰 이유는 지금 이 놀이가 너무나 흥겹고 상대에게 내 마음을 제대로 전달하고 싶은 의욕이 앞서기 때문이다. 굵직하고 투박한 문장들 사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갓 구운 붕어빵처럼 따끈따끈한 정이 가득 차 있다.
이제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아, 지금 정말 신나게 놀고 있구나' 하고 안심해도 된다는 것을. 그래도 가끔 복도 끝까지 울려 퍼지는 "선생니이이임~~" 소리에는 나도 모르게 심장이 쫄깃해지곤 한다.
#돌봄 교실
#전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