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속 티켓

새해 돌봄 교실 한정판 실속 티켓

by 빛나다온

​"선생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저도요~ 선생님, 복 진짜 진짜 많이 받으세요."
​교실 문턱을 넘기도 전에 아이들의 목소리가 파도처럼 밀려온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합창 같은 인사.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이 정성스러운 새해 복 인사 공세가 조금 수상하다.

​"그래, 고마워! 그런데 인사를 이렇게 많이 하면 선생님은 복을 너무 많이 받아서 살찌겠는걸?"

​내 농담에 아이들이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더니 아니나 다를까 본심이 나오기 시작한다.


​"선생님, 이제 우리 새해 인사했으니까 우리 세뱃돈 주세요!"
"허~~얼?
"얘들아, 세뱃돈은 원래 절을 해야 주는 건데?"
슬쩍 위기를 모면해 보려 던진 말이었는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이들이 바닥으로 앉으며 절 할 채비를 한다.

​"아니, 아니야! 얘들아, 절은 괜찮아요. 선생님은 괜찮아. 대신 부모님께 예쁘게 절하자."

계속 ​고사리 같은 손을 내밀며 기대에 찬 눈빛을 보내는 아이들. 진짜 돈을 줄 수 없는 이 난감한 상황을 어떻게 모면할까 고민하다가 서랍장에서 잠자고 있던 예쁜 메모지가 떠올랐다.

아이들에게 돈보다 더 값진 '돌봄 교실 실속 티켓'을 나누어주기로 했다.
​"얘들아! 진짜 돈은 줄 수 없지만 돌봄 교실에서만 쓸 수 있는 '실속 티켓'으로 세뱃돈으로 대신할게"


"실속 티켓이요? 먹는 거예요? 아니면 진짜 돈이에요?"
​나는 웃으며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을 덧붙였다.
"음, 너희가 좋아하는 '칭찬 스티커'랑 비슷한 거야. 그런데 이건 스티커를 모을 필요 없이 이 종이 한 장만 내면 바로 '실제 혜택'으로 바꿀 수 있는 아주 힘이 센 종이지"


​그제야 아이들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한다.
​"아! 그럼 이거 내면 바로 간식 더 먹을 수 있는 거예요?"
"당연하지! 칭찬 스티커 10개 모으느라 고생할 필요 없이 오늘 바로 실속을 챙기는 티켓이야."


​"우와! 선생님, 그럼 저 문제집 안 풀게 하는 거 주세요. 그게 제일 좋아요."
"저는 간식 1등요! 저 배고프단 말이에요."


교실은 실속을 따지는 꼬마 경제인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칭찬 스티커보다 훨씬 강력한 위력에 아이들은 이미 마음을 뺏긴 듯했다.

나는 메모지에 아이들이 당장 환호할 만한 문구들을 적어 내려갔다.


돌​봄 교실 '실속 티켓' 리스트

​[황금 티켓 5장] 하루 문제집 풀이 면제권
​[우정 티켓 5장] 선생님이랑 1:1 보드게임 한 판 승부권
​[간식 티켓 5장] 컵라면 곱빼기(조금 더 먹기) 또는 하리보 젤리 2개 추가권
​[프리패스 티켓 5장] 간식 1등으로 받고 결석한 학생것도 대신 먹기
​[힐링 티켓 2장] 1시간 선생님 옆에서 앉아 놀기


​아이들은 예쁜 메모지 한 장에 더 열광했다. 어떤 아이는 소중한 보물이라도 얻은 양 주머니 깊숙이 집어넣고 어떤 아이는 벌써 '보드게임권'을 쓰겠다며 내 옆에 찰딱 달라붙는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사실 자신들의 존재를 인정받고 선생님과의 시간을 오롯이 선물 받는 그 마음의 증서면 충분했던 것일지도...(사실, 속 마음은 저도 몰라요.)

​진짜 돈은 아니지만 아이들의 손에 들린 종이 조각들은 어떤 고액권보다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얘들아, 너희가 준 복 덕분에 선생님도 오늘 마음만큼은 억만장자가 된 기분이야. 우리 2월 한 달 동안 이 실속 티켓들을 하나씩 꺼내 쓰며 2025학년도를 행복하게 마무리하자!



돌봄 교실 겨울 편 '겨울도 웃음꽃을 피운답니다.' 브런치북을 2월 중 마무리하려고 당분간 아이들 이야기는 댓글창을 잠시 닫고 글이 발행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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