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이별
1, 2학년 아이들과 보낸 사계절이 창가에 머물다 가는 오후. 2025학년도 마지막 운영을 앞두고 오늘은 평소와 다른 특별한 시간을 선물하고 싶었다. 늘 나오는 돌봄 교실 간식이 있지만 이번만큼은 내 손으로 직접 고른 간식을 주고 싶었다. 전날 미리 좋아하는 과자를 파악했던 터라 목록대로 장보기를 했다.
카트를 밀며 아이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떠올려 본다. "이 아이는 딸기를 좋아했지", "이 아이는 바삭한 과자 소리에 눈을 반짝였어." 카트 안에는 빨갛게 잘 익은 딸기와 햇살을 머금은 귤, 바스락거리는 과자 봉지들, 그리고 톡 쏘는 즐거움을 줄 음료수가 차곡차곡 쌓였다. 그리고 점심시간에 나눠줄 컵라면도... 내 지갑은 조금 가벼워졌을지 몰라도 아이들에게 줄 추억의 무게만큼은 든든해지는 기분이었다.
드디어 파티 당일. 씻어 놓은 과일의 물기가 햇살에 반짝이고 알록달록한 과자들이 책상 위에 펼쳐지자 아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와! 진짜 우리 과자 파티하는 거예요?"
"그럼 과자파티 한다고 했잖아! 간식도 있는데 과자파티가 그렇게도 좋아?"
"네.. 선생님이 맛있는 과자 많이 사 오셔서 간식보다 좋아요."
평소엔 "조용히 앉아서 먹자"라고 말하던 나도 오늘만큼은 아이들의 들뜬 목소리에 슬쩍 장단을 맞춘다. 바스락, 과자 봉지 뜯는 소리가 오늘따라 경쾌한 배경음악처럼 들린다. 입가에 묻은 과자 부스러기, 딸기 한 점을 입에 넣으며 까르르 웃는 아이들의 모습. 이 천진난만한 풍경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 몰래 마음속에 셔터를 누른다. 사비로 산 것은 과일이 아니라 마음이었다
누군가는 굳이 사비까지 들여가며 유난을 떨 필요가 있느냐고 하겠지만 나에게 이 지출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지난 1년 동안 나를 선생님이라 불러주며 곁을 내어준 아이들에 대한 감사함의 표현이다. 때로는 시끌벅적함에 지치기도 했고 때로는 예기치 못한 소동에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던 날들. 그 모든 시간 끝에 남은 것은 결국 사랑이었다. 달콤한 귤껍질을 까며 "선생님도 드세요"라고 내미는 작은 손길 하나에 그간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진다.
파티가 끝나고 아이들이 떠난 빈 교실. 과자 부스러기를 쓸어내며 혼자 미소를 짓는다. 아이들의 기억 속에 오늘이 대단한 사건은 아닐지라도 '돌봄 선생님이 우릴 위해 맛있는 걸 준비해 주셨던 참 따뜻한 날' 정도로 기억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2025학년도의 마지막 페이지를 앞두고 이렇게 달콤하고 고소한 향기로 하루를 보냈다. "얘들아, 딸기처럼 예쁘고 귤처럼 톡톡 튀는 꿈을 꾸며 자라나길 바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