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말아요. 속상해!
휴대폰 진동이 연속으로 울린다.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이 계절이면 익숙해지는 알림이다.
"선생님, 오늘 ㅇㅇ가 열이 나서 돌봄 교실 쉴게요."
이어지는 또 다른 문자. 이번에도 감기다. 어제까지만 해도 코끝을 훌쩍이면서도 색종이 접기에 열을 올리던 아이였다. 하나둘 도착하는 어머님들의 문자는 열과 결석이라는 단어를 품고 있다. 아이들이 떠들썩하게 채우고 있어야 할 돌봄 교실 여기저기에 빈 책상들이 보인다. 왁자지껄한 소음이 잦아든 교실은 평소보다 넓어 보이고 빈 공간만큼 걱정이 차오른다.
요즘은 출근하자마자 아이들 손부터 씻기고 열을 체크하는 게 중요한 일과다. 마스크를 깜빡한 친구에겐 새 마스크를 씌워주며 단단히 채비를 시킨다. 그런 노력이 무색하게도 감기는 릴레이처럼 이어진다. 돌봄 교실의 감기는 마치 이어달리기 같다. 한 아이가 씩씩하게 나아서 돌아오면 그 옆에 앉았던 아이가 기다렸다는 듯 바통을 이어받아 열이 난다. 마스크 너머로 눈을 맞추며 "손 깨끗이 씻자", "물 자주 마시자"라고 강조하지만 계절의 매서운 기세를 아이들의 작은 몸집으로 막아내기란 쉽지 않나보다.
심지어 매일 아침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간식을 찾던 '간식 대장'마저 아프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남는 간식들을 보고 있자니 내 새끼가 아픈 것처럼 마음이 서글퍼지고 속상함이 밀려온다. 열이 난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아이의 힘없던 눈망울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선생님, 목이 좀 아파요"라며 평소보다 조금 처진 목소리로 말하던 목소리가 귓가에 남는다. '조금 더 따뜻한 물을 챙겨줄걸' 하는 미안함이 마음 한구석을 스치고 지나간다.
평소 티격태격하던 아이들도 친구가 아프다고 하니 금세 시무룩해져서 언제 오냐고 묻는다. 아이들도 어른도 우정은 싸우면서 깊어진다더니 빈자리를 걱정하는 모습에서 그 마음이 읽힌다.
학부모님께 "네, 알겠습니다. ㅇㅇ가 아파서 힘들겠어요. ㅠ 치료 잘 받고 푹 쉬게 해 주세요. 내일은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어머님도 감기 조심하세요."라고 답장을 보낸다. 아이들이 아프면 엄마의 마음도 나의 마음도 덩달아 몸살을 앓는다. 텅 빈 책상은 주인 없는 가방처럼 쓸쓸해 보여서 평소보다 더 부지런히 교실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킨다. 내일은 이 빈자리에 다시 쨍한 웃음소리가 돌아오기를...
겨울과 봄 사이 혹은 계절이 험한 고개를 넘을 때마다 매년 우리는 이렇게 호된 통과 의례를 치른다. 아픈 만큼 자란다는 말은 어른들이 만든 위로일 뿐 그저 아이들이 고통 없이 쑥쑥 자라주길 바라는 게 모든 부모님과 선생님들의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오늘 출석부에 기록된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눈으로 훑어본다. 내일은 결석한다는 문자 알림이 아니라 교실 문을 힘차게 열고 들어오는 아이의 환한 얼굴을 마주하고 싶다.
"선생님, 저 이제 안 아파요."
그 당연하고도 소중한 인사를 기다리며 오늘도 빈 책상 사이를 서성인다. 너희들이 아프면 선생님은 마음의 감기가 걸린단다.
돌봄 교실 겨울 편 '겨울도 웃음꽃을 피운답니다.' 브런치북을 2월 중 마무리하려고 당분간 아이들 이야기는 댓글창을 잠시 닫고 글이 발행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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