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가 쓰던 오카리나를 주웠습니다.
지난번 산책길에서 나뭇잎 화석과 조개 화석을 만났을 때 내 시선을 사로잡은 것이 또 있었다. 예전에는 미처 몰랐는데 파도가 자갈을 굴리며 "자르르, 자르르" 노래를 부르는가 하면
벌집 같기도 하고, 뽁뽁이 보호비닐처럼 구멍이 뽁뽁 뚫린 돌들도 눈에 들어왔다. 포항 죽천과 여남에는 정말 신기하게도 딱딱한 바위틈 위에 가운데가 뚫린 돌, 보조개처럼 쏙 들어간 돌들이 지천이었다. 누가 드릴로 뚫어놓은 것도 아닐 텐데 어쩜 이렇게 매끄럽게 구멍이 났을까?
돌봄 교실 아이들처럼 내 상상력은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지만 사실 인터넷 검색을 하면 금방 알 수 있다.ㅎㅎ (그래도 상상은 자유니까.)
구멍이 생기는 가장 흔한 이유는 돌을 갉아먹는 천재 조각가, 천공조개 때문이다. 천공조개는 거친 파도를 피해 단단한 바위에 구멍을 파고 들어가 산다. 조개가 어떻게 돌을 뚫냐고요?
껍데기에 달린 까칠한 돌기로 평생 돌을 '갈갈갈' 갈아서 자기 집을 만든다네요. 촘촘한 벌집 같은 구멍들이 다 조개들의 안식처였다니 자연의 생존 본능은 경이로움을 넘어 무섭기까지 하다. 조개가 이사 가고 남은 빈집이 바로 이 예쁜 구멍돌이다.
또 하나는 자갈. 바다와 자갈의 '댄스파티' 때문이다. 바위틈이나 오목한 곳에 작은 모래나 단단한 자갈이 우연히 들어앉는다. 파도가 칠 때마다 그 자갈은 틈 안에서 빙글빙글 돌며 자기 집인 바위를 조금씩 깎아낸다.
수천 년, 수만 년 동안 멈추지 않는 맷돌질. 자갈은 결국 닳아 사라지거나 탈출하지만 그 자리에 남는 것은 매끄럽게 파인 구멍이다. 내 눈에는 '오랜 시간을 견뎌낸 바다의 인내, 그 넓은 품이 새겨놓은 침묵의 무늬' 같았다.
자연이 선물한 오카리나 같은 구멍돌을 입가에 가져가 불어 본다.
"아유 짜~~"
바람이 잘 드는 구멍에 입술을 대고 "휘익~" 하고 불어보니 거친 바다 내음과 함께 휘파람 소리가 새어 나온다. 그래서 이 돌을 돌피리라고 부르나 보다.(부는 소리를 영상에 첨부하려 했으나 좀 더 연습 후에 첨부하겠습니다.^^)
새 학기를 준비하느라 분주했던 내 마음에도 어쩌면 바다가 구멍 하나를 뻥 뚫어준 것 같다. 그 구멍 사이로 시원한 바닷바람이 드나들고 전에는 보이지 않던 풍경이 보인다.
작고 단단한 구멍돌중 신기한 모양도 보인다. 망원경처럼 생긴 돌을 들여다보면 그 속으로 또 다른 배경이 펼쳐진다.
자갈밭 주변에서 발견한, 금방이라도 소꿉놀이를 하며 "잘 먹겠습니다!" 소리가 들릴 것 같은 풍경도 눈에 들어왔다.
주변을 더 둘러보니 정성스레 쌓아 올린 돌탑도 보인다. 구멍 뚫린 돌도 매끄럽고 단단한 돌도 누군가의 간절한 손길을 만나 이제는 혼자가 아닌 '하나의 소망'이 된듯하다.
그러다가 발견한 하트돌 ❤️ 우왕~~ 이건 25cm쯤 되는 큰 돌이었다. 들고 올까? 말까? 고민하다가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하트를 발견하고 설렘을 느끼면 좋겠다는 생각에 사진만 찍고 돌아왔다. 다시 가게 되면 이 '하트돌 찾기 놀이'도 해봐야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1,300만 년 전의 시간과 바다가 깎아 만든 소리가 내 가방 속에서 함께 춤추는 듯했다. 돼지코처럼 생긴 돌과 큰 구멍돌, 소라껍데기는 그냥 두기 아쉬워 미니 수경식물 화분으로 쓰기로 했다.
돌봄 교실 창가엔 공기 정화를 위해 내가 가꾼 미니 정원이 있다. 그 사이에 놓아두니 제법 어울린다. 거칠었던 구멍돌에 맑은 물을 채우고 싱싱한 초록 잎사귀를 꽂아두니 세상에 하나뿐인 근사한 화분이 되었다. 특히 소라 껍데기 화분은 파도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제 미니 화분들은 출근 메이트이자 돌봄 교실 창가 미니 정원의 새로운 귀요미가 되었다. 아이들은 "선생님 이거 진짜 돌이에요? 구멍은 누가 뚫었어요?" 하며 구경하는데 그럴 때마다 어깨가 으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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