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쇼파가 투덜댄다.
"너 왜 앉을 때마다 한쪽에만 앉아? 내 다리 삐끗하겠어. 머리·배·다리 골고루 좀 안마해 주면 안 되겠니? 한쪽으로만 앉으니 아픈 곳만 아프잖아!"
냉장고가 덜컥 열리니깐 불평했다.
"밤마다 쓸데없이 열어보고는 왜 매번 빈손인데? 나도 기대했잖아. 치킨 같은 거 좀 넣으라고 아니, 최소한 남기기라도 해라. 너 혼자 다 먹고 닫으면 나 진짜 허무하다고"
침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 원래 자는 데 쓰라고 있는 거야. 휴대폰만 밤새 보는 건 또 뭐냐고? 내 허리 나가는 건 누가 책임질 건데?"
리모컨이 버럭 소리 질렀다.
"너 손가락 좀 봐. 기름 범벅으로 왜 나를 잡냐고! 으아아악~~ 제발 손 씻고 만져 쫌~~"
거울도 한마디 거들었다.
"야! 왜 자꾸 '나 오늘 왜 이렇지?', '내 꼬라지 왜 이 모양이지?'라고 물어? 난 그냥 너를 보여준 것뿐인데... 책임 좀 떠넘기지 마!"
세탁기가 화를 냈다.
"맨날 '한 번에 다 꾸겨 넣지?' 나만 믿지? 나만? 그리 게을러서 어찌 사냐? 나도 숨 좀 쉬자. 계속 돌고 세제랑 섬유유연제 향까지 어지럽다고!"
열일하는 휴대폰 충전기가 끼어들었다.
"밤마다 꽂아놓고 점심때만 되면 '왜 이렇게 빨리 닳아?'라니...네가 그만큼 쓰는 거잖아! 나 야근만 365일이야, 야근수당이라도 줘!"
신발이 억울하다는 듯 소리쳤다.
"맨날 발뒤꿈치만 꾹꾹 누르면서 신지 말고, 제발 끈 좀 묶고 가끔은 닦아줘라. 나도 신발 체면이 있지."
리모컨이 다시 소리친다.
"그리고 말이야, 잃어버렸다고 욕 좀 하지 마! 쇼파랑 담합해서 숨은 거라고? 아니거든? 그냥 네 기억력이 문제지!"
청소기가 울분을 토했다.
"내가 돌 때마다 왜 자꾸 발만 들고 스마트폰만 보는 건데? 나도 응원이 필요해! '잘한다~ 잘한다~' 한마디만 해주면 먼지도 춤추면서 빨아들이거든"
마지막으로 좌변기가 폭발했다.
"너네 진짜 너무한 거 알지? 볼일 보고 왜 제대로 안 내려? 내 인생 최대 굴욕이 뭔 줄 알아? 손님 왔을 때 들키는 거야! 제발 시원하게 한 번에 내려줘라, 나 체면 좀 살려줘!"
결국 집안 물건들이 단체로 회의에 들어갔다.
회의 주제: 주인님 사용법 개선 프로젝트
집안 물건들 입장에서 대신 속 시원~하게 투덜거려 봤습니다.
(추가 안건: 치킨은 꼭 남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