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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모든 순간의 과학》

옹골찬 과학 사전

브라이언 크레그,애덤 댄트 지음,이종필 옮김, 《그림으로 보는 모든 순간의 과학》 김영사, 2022


서평단 신청을 할 때 썼던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매일의 삶에서 내가 모르면서 반복했던 수많은 일들이 사실은 과학책에서 볼 법한 그런 법칙의 일부임을 되새겨주는 책,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을 자연의 법칙이라는 새로운 눈으로 발견하게 해주는 책, 그런 책을 나는 계속 찾고 있었다. 내 삶이 거대한 자연 안에서 톱니바퀴처럼 착 맞물려 돌아가고 있음을, 나도 그 거대한 자연의 일부임을 확인하고 안심하고 싶었다.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나의 모든 순간을 과학으로 이야기해 줄 것만 같다.


이 책은 부엌에서 시작해 집, 정원, 과학관, 병원, 광장, 거리, 교외, 해안지대, 대륙, 지구, 태양계, 대우주까지 그 범위를 넓혀가며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장면에 해당하는 과학 법칙을 상기시켜준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각 장에 해당하는 장면의 일러스트가 있고, 일러스트 속에는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해서 우리가 며칠 혹은 몇 개월에 걸쳐 만날 법한 생활 속 장면들을 재현해주고 있다. 우선 그림을 보면서 이 장면은 어떤 법칙일 것이라고 추측해 본 뒤, 책장을 넘겨서 각 장면의 법칙을 간략한 설명과 함께 확인하는 재미가 있다. 


그림이 있다고 해서 어린이들이 보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내 예상으로 어린이들은 이 책에 금방 싫증을 느낄 것이다. 수많은 법칙을 다루고 있지만 각 법칙을 설명하는 어휘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학 법칙을 쉽게 이해하고 싶은 어린이보다는 이미 과학 법칙에 대한 배경 지식이 풍부한 사람들이 읽으면 더욱 좋은 책이다. 참고로 이 책은 KAIST 과학영재교육연구원장 추천 도서이다. 영재라니 나 자신이야 이번 생은 글렀지만 주변에 영재 어린이나 청소년이 있다면 추천해보고 싶기도 하다. 


나는 이 책을 사전으로 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번역하신 분이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시작으로 석사, 박사 학위를 거쳐 현재 교수님으로 재직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이런 분이 번역하셨다면 여기 나오는 어휘들은 오타가 아닌 이상 정확할 것이다. 물론 인터넷에 검색어만 입력하면 수많은 자료가 쏟아져 나올 테지만 오히려 그렇게 많은 자료가 더 정보의 정확도를 흐리게 하기도 함은 우리 모두가 너무 잘 알고 있는 바이다. 


사전으로 삼으면 좋겠다고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지면상의 이유일 수도 있고 이 책의 취지와도 관련이 있겠지만 각 법칙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지는 않다. 예를 들어 배수구에 생기는 소용돌이를 설명하며 소용돌이의 회전 방향이 지구 상의 위치에 좌우된다는 것이 미신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는데, 이 문장은 과학 시간에 배운 코리올리의 힘을 부정하는 뜻이 된다. 뭔가 교과서에 단단히 속은 느낌이 들어 인터넷을 검색했는데, 이렇게 나처럼 더 궁금한 사항이 생긴 독자는 개인적인 조사에 착수하게 될 것이다. 이 부분이 아마 이 책의 취지와 닿아있지 않을까 추측해 볼 수 있는 지점이자 사전으로서 이 책의 유용을 평가하는 이유이다. 아마도 이 책은 과학 법칙에 대한 마중물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쓰였을 것이다. 


참고로 코리올리의 힘이 거짓말이라는 뜻은 아닌 듯하다. 다만, 코리올리의 힘은 욕조나 배수구나 세면대 정도의 규모에서 확인할 수 있는 현상은 아니고 태풍의 회전 방향처럼 거대한 스케일에서 확인할 수 있는 현상이라는 의미이다. 


평소에 이런 것들이 궁금했던 사람들은 이 책 앞으로! 


마이야르 반응, 어디서 많이 들었는데 그게 맞나?

녹은 아이스크림을 다시 얼리면 왜 맛이 없어질까?

세차장 앞에 고인 빗물에는 왜 항상 무지개가 떠있을까?

반딧불이, 쟤는 어떻게 엉덩이에서 빛이 날까?

프랙털 구조, 예전에 《과학 콘서트》에서 읽었는데 뭐였더라? 


(서평단 모집 글을 보고 신청했고, {김영사} 출판사에서 흔쾌히 책을 보내주셔서 부지런히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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