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역서가 출간되었습니다!
첫 번역서인 《먹는물이 위험하다》가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은 2022년에 일본에서 출간된 ‘消された水汚染’, 즉 ‘가려진 오염’이라는 책을 번역한 것입니다. 2022년 말, 책을 번역해 보겠다고 마음먹은 뒤 온·오프라인 서점을 기웃거리며 이 책 저 책 읽고 분석하기를 반복했는데요. ‘가려진 오염’은 읽는 내내 사람들과 함께 공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견 환경 문제를 다룬 책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지금 우리가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사회 문제들을 두루 다루고 있는 책이기 때문이지요. 저는 이렇게 한 문장으로 책의 의의를 썼는데 출판사에서는 더 짧게, 세 글자로 정리해 주셨어요. 시의성. 네, 이 책은 시의성이 있는 책입니다.
책의 시의성을 알아봐 주신 출판사는 ‘산지니 출판사’였습니다. 책과 가장 어울리는 출판사라고 생각해 제안하긴 했지만 거절당할 각오는 되어 있었습니다. 세상 모든 일은 마음처럼 되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출간이 결정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세상에! 첫 번역서를 내게 된 초보 번역가의 심정을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저의 글솜씨가 아쉬울 따름입니다. 연극이나 뮤지컬을 보면 흥분한 배역들이 같은 자리를 몇 번이고 오가는 장면이 종종 나오는데 전화를 끊고 저도 딱 그렇게 책상을 박차고 일어나 빙글빙글 주위를 맴돌았습니다.
그게 벌써 2023년 2월의 일이네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번역과 편집과 교정 작업이 꾸준하게 이어졌고 드디어 세상에 없던 책 한 권이 ‘짠’ 하고 탄생했습니다.
책의 주제는 일본 수도 도쿄의 수돗물 오염 문제입니다. 하지만 수돗물 오염이라는 우물을 파 내려갔더니 행정기관과 기업과 언론의 책임 회피, 주체성 상실이라는 사회 문제들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수돗물 오염은 그 자체가 큰 문제이지만 사실은 더욱 근본적인 문제들이 곪아 터져 나타난 결과였던 셈이지요. 그럼 과연 우리는 어떨까요? 먹는물 오염 문제에서 안전할까요? 그저 아무도 말하지 않으니 함께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그리고 그 문제는 사회의 더 근본적인 병폐와 맞닿아 있지는 않을까요? 책은 이렇게 질문하는 듯합니다.
도쿄의 수돗물 오염을 다룬 만큼 책에는 도쿄의 지명이 많이 등장하는데요. 그러다 보니 저는 구글 지도를 보면서 ‘가려진 오염’을 읽었습니다. 《먹는물이 위험하다》를 읽으시는 분 중에서도 지도를 찾으시는 분이 계시지 않을까 해서 여기에서 한번 공유해 볼까 합니다.
물론 보시다시피 특별할 건 없고 그냥 구글 지도입니다. 구글 지도나 기타 인터넷 지도에서 ‘요코타 기지’라고 입력하시면 쉽게 보실 수 있는 화면이지요. 도쿄가 일본의 어디쯤 있는지 생소한 분도 있으니 일본에서 도쿄로, 다시 도쿄에서 오염 지역으로 조금씩 줌인해 보았습니다. 지도에서 초록색 깃발이 도쿄의 중심지(우리가 흔히 도쿄 관광할 때 가는 곳이 밀집해 있습니다)이고 노란색 별이 책에 수없이 등장하는 ‘요코타 기지’입니다. 마지막 사진은 책 본문에서 ‘회색빛 원형 광장’이라고 표현한 요코타 기지 내 소방 훈련장의 모습입니다. 마찬가지로 구글 지도에서 볼 수 있어요. 두 번째 사진에서는 책에도 여러 번 등장하는 지명 '다치카와시', '후추시', '조후시'가 보입니다. 요코타 기지와의 상대적인 위치도 확인할 수 있어요.
인터넷에서 누구나 볼 수 있는 정보를 이렇게까지 거창하게 늘어놓는 게 유난스럽다 하실 수 있지만 읽으시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라 여기시고 너그럽게 이해해 주세요. 책에 역자 후기도 있지만 여기에는 역자 후기에서도 못다 한 이야기를 적어 보았습니다. 이 글에서 못다 한 이야기도 많지만 우선은 여기까지 해 두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그럼 《먹는물이 위험하다》와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이 되시길 빌며.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