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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 일기, 새 일기

by narara

시간은 그냥 흐를 뿐인데 새해라는 이름으로 매년 새로운 시작을 다짐할 수 있으니 달력이라는 것이 참 고마운 것이다. 모처럼 구석구석 청소를 하고 필요 없는 잡동사니들을 싹 버리고 나니 작년의 실패를 쓸어 버린 것처럼 개운한 기분이 찾아온다. 그러다 문득 작년에 쓴 일기를 쭉 읽게 됐다. 일기라고 하기에는 사이사이 몇 주의 공백도 있었지만 작년 한 해 나의 생각의 흐름과 고민들을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새로운 일기를 시작하려는 내게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내가 시간이라는 파도에 조금은 다듬어졌는지 아니면 조금은 앞으로 나아갔는지 알 수 없지만 올해 일기는 보다 풍요로울 것이고 보다 덜 부끄러울 것이라는 긍정적인 의지가 차오른다. 청소의 힘인가 보다. 대부분 새로운 일기에 펼쳐 놓고 싶지 않은 감정들 투성이었지만 그래도 한 가지 가져가고 싶은 구절이 눈에 띄었다.


나를 언제나 칭찬해 주고 무슨 짓을 해도 예뻐해 주는 엄마도 남자 친구도 아들도 내 곁에 없으니 이제 내가 나의 장점을 열심히 찾아내고 열심히 칭찬해 줘야겠다는 것이다. 이 나이에도 칭찬이 필요하고 예쁨도 받고 싶다. 아무도 보지 못해도 내가 늘 보고 있는 나의 생각, 행동, 깨달음, 실수, 도전에 대해 칭찬해 주고 격려해 주고 예뻐해 주고 싶다. 그래서 내년 이맘때 읽게 되는 나의 일기는 가져가고 싶은 기억 투성이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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