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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구이와 군고구마가 날 구원해 줄 거야.

by narara

2024년이 갔다. 나의 한 해를 오롯이 집어삼켰던 유일한 소망 하나 이루지 못한 채 그렇게 한 해를 보내버렸다. 나 빼고 다른 사람은 다 성큼성큼 쌩쌩 잘도 건너가는 다리 앞에 나만 바보같이 남겨진 기분이다. 새해는 다리 건너 저 편에서 마주하고 싶었는데 아직도 이곳에 그대로인 나.


2025년이 왔다. 나의 한해를 남의 의지대로 이루어지는 소망에 내던져 버리지 않겠다고 다짐해 본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일 년이면 백번은 새로고침하는 다짐이라 대단할 것도 없지만.


내 의지대로 오롯이 할 수 있는 쉬운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시간 많을 때 여유 있을 때 하자고 미루고 있던 것들을 하나씩 해 나갈 생각이다. 어제는 꺼져버려라! 24년! 을 외치며 혼자 불을 지펴 굴구이도 하고 고구마도 구워 먹었다. 물론 술 한잔 살짝 곁들여서. 이게 뭐라고 미루고 있었던 것인지.


굴구이나 군고구마가 나를 일으켜 세워 줄거라 믿는다. 너무 높고 안개까지 껴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아 위험해 보이는 다리 앞에서 주저하고 있는 나를 한 발짝 내딛게 하는 것은 역시 일상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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