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다. 자주 가던 곳인데 문득 낯설다는 느낌이 들어서 혼자 살짝 당황하며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날 아침에 다 써버린 파운데이션을 사러 지하철역 근처에 있는 올리브영에 갔던 참이다. 최근에 비슷한 낯섦을 느꼈던 적이 있나 생각해 봤더니 얼마 전 점심시간에 회사 로비에서 식사약속을 한 동료를 기다릴 때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것이 떠올랐다.
매일 다니는 장소인데도 낯섦을 느꼈던 이유는 그 장소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올리브영에서 쇼핑하는 사람들, 카운터 뒤 직원, 내가 다니는 회사의 로비에서 재잘거리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 모두 나보다 적게는 10년, 많게는 20년 정도 어린 사람들이었다. 40대 위로는 갑자기 멸종이라도 한 것처럼 보이지 않았던 이유는 20대가 뿜어내는 발랄한 빛에 가려져 물리적으로는 실재했으나 나의 시야에서 잠시 사라졌던 것뿐일지도. 나를 포함해서 전부.
나이가 들면 익숙한 장소도 낯설어지는 순간이 있다. 올리브영에서 불현듯 찾아오는 겉도는 느낌이 싫어서 백화점 설화수 매장으로 향하게 하는 그 느낌. 익숙한 무대를 채우는 낯선 사람들. 가장 빛나는 주인공이 되고 싶은 마음은 다행히도 사라지고 없다. 비중은 작지만 꼭 필요한 조연, 혹은 연기 잘하는 감초 단역을 잘 소화해 내고 싶은 마음이다. 물론 익숙한 장소가 아닌 나만의 장소로 오면 그곳의 주인공은 여전히 나이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