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이다. 지난 며칠간 너무 바빴던 데다가 어제는 정말 이거하고 있으면 저기서 전화 오고 저거 하다가 또다시 이거 하고 그러다 또 전화 오고 문자 오고 메일 오고 다시 저거 하고 정말 정신이 조각날 지경이었다 보니 열흘정도 쭉 이어지는 연휴가 이토록 반가울 수가 없다. 미친 X처럼 일했으니까 미친 X처럼 놀아야지가 아니라 쉬어야지!
물론 명절에 해야 하는 내 역할과 의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정도는 스트레스도 아니다. 최소 며칠은 오롯이 쉴 수 있다니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 예전에는 며칠 여유가 있으면 어떻게든 여행도 가고 바깥에 나가야지 시간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던 거 같은데 요새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그러니 30년 상환 주택담보대출은 비싸지만 내 취향에 딱 맞는 현명한 선택인 셈이다.
오늘 하루는 온전히 빈둥대면서 보냈다. 과자 먹고 배달음식 먹고 유튜브 하다가 낮잠 자고 티브이보고 이보다 더 비생산적일 수는 없는 하루여서 너무 좋았다. 치킨 주문하고 도착할 때까지 실내자전거 탄게 유일한 오점이랄까. 하루는 모처럼 정성스럽게 집밥도 해 먹고 테라스 난로에다 불 피워서 불멍도 하고 고구마도 구워 먹을 생각이다. 그리고 또 하루는 땀날 정도로 운동도 좀 하고 반신욕도 하고 책도 읽으면서 보냈으면 좋겠다. 생각만으로도 목 주변 근육이 조금은 이완되는 느낌. 휴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