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연휴가 끝났다. 그동안 열두 번의 밥을 했고 두 번의 빨래, 한 번의 청소, 사춘기 아들과 한 번의 큰 싸움, 수차례의 작은 티격태격을 하면서 보냈다. 특히 밥을 하거나 먹거나 치우면서 보낸 시간이 연휴의 큰 부분을 차지했었는데 어찌나 할 게 없던지 면종류만 해도 라면, 짜장면, 시판 파스타와 쌀국수까지 해 먹었다. 뚝딱뚝딱 그럴싸한 음식들을 해내는 엄마들에 대한 존경심과 질투가 드는 순간이다.
원래 이 정도까지 음식에 자신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아들의 사춘기가 찾아오면서 요리바보가 된 기분이다. 사랑스럽기만 하던 초등학생을 거쳐서 세상 가장 못된 비평가가 된 아들은 내가 해주는 모든 음식에 혹평을 퍼붓기에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은 굳이 안 하다 보니 내놓는 메뉴가 점점 더 한정적으로 돼 가는 것 같다. 입맛 까다로운 아들의 엄마는 요리고수가 되거나 요리바보가 되는데 난 쉬운 길을 택했다.
이렇게 적고 보니 그다지 달콤하지 않았던 시간이었던 같은데 달콤하게 기억되는 것은 중간중간 있었던 행복한 순간들 덕분이다. 사춘기 아들이 함께해 준 두 번의 보드게임과 한번 반의 파묘 보기, 세 번의 낮잠과 한 권의 책, 한병의 막걸리와 맛있는 배달음식이 있었다. 소소한 일상이 주는 달콤한 순간들 덕분에 내일부터 다시 시작되는 짠내 나는 순간들을 또 그럭저럭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너무 달기만 하면 금방 질린다. 한국인은 역시 단짠단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