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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할 수 있는 거, 이렇게 하루 버티는 거

by narara

아토피만 아니었다면... 순간 그런 생각을 했다.

아니... 손에라도 아토피가 없었다면...

손등을 뒤덮고 있는 상처가 심해지면 정말 삶의 의욕이 다 사라져 버린다. 그러다가 스테로이드 먹고 상처가 조금 진정되면 운동도 하고 캠핑도 가는데 약을 중단하면 다시 상처가 심해져서 사람도 만나기 싫어진다.


하루에 쓸 수 있는 인내심의 총량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한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는 힘듦이 몰아치면 그때 우리는 무너져 버리기도 한다. 나는 기본으로 장착된 인내심도 많지 않은데 요새는 출근해서 직장인 구실하고 아토피로 인한 각종 불편을 견디다 보면 하루에 주어진 인내심을 다 써버려서 저녁이 되면 집안일 하나 할 기운도 없다. 며칠 전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근하고 집안일 좀 한다고 설쳐대다가 결국 아들에게 엄청난 히스테리를 부리고 말았다. 차라리 집에 와서 그냥 쉬었으면 좋았을 것을. 다행히도 때 되면 날은 저물고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쓸 수 있는 인내심도 얼마간은 다시 충전이 된다. 그래서 요즘 나는 잠자는 시간을 가장 기다린다. 하룻밤 자고 나면 이 불편한 일상을 살아낼 수 있는 인내심도 채워지고 몸이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도 생기기 때문이다. 작년 이맘때도 최악이었던 몸상태가 기온이 올라가면서 회복됐던 기억이 있어서 하루속히 여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아까운 내 봄! 이렇게 하루하루를 버티듯이 살면서 봄을 보내버리다니 시간이 너무 아깝다. 그러나 내 인내심은 이 정도뿐이니 일단 대충 살기로 했다. 몸 좋아지면 집안일도 열심히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면 된다. 그때 되면 게을러질 수 있는 다른 핑계를 찾아낼지도 모르지만 일단 지금은 이렇게 하루 버티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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