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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장작소리, 새소리

by narara

새소리에 잠이 깼다.

그 조그만 몸에서 어찌 그리 큰 소리를 내는지. 어제 내린 비로 산공기는 더욱 상쾌해진 느낌이다. 텐트 피칭을 딱 끝낸 어제 3시경부터 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밤 9시경에 잠깐 멈췄던 거를 제외하면 하루 종일 비가 왔다. 내가 원래 가지고 있던 텐트는 잠바떼기 정도라 비예보를 듣고 캠핑을 취소할까도 잠깐 고민했지만 후드득 거리는 빗소리를 들을 수 있는 우중캠핑에 욕심이 나서 급하게 텐트를 새로 장만해서 나왔다. 그래봤자 방수커버가 있는 정도이고 여전히 1인용이라 이 한 몸 눕히면 꽉 차버리는 볼품없는 텐트지만 그 안에서 참 잘 놀았다.

과자 먹으면서 책도 읽고 영상도 보고, 술 한 잔 곁들여서 따뜻한 우동도 끓여 먹었다. 술을 다 마실 즈음 되니까 듣고 있던 음악에 흥이 제대로 올라 그 코딱지만 한 텐트에 앉아서 상체만으로 얼마나 신나게 춤을 췄는지. 간밤에 상체와 마음만은 허니제이였으니 그야말로 주접이다.

밤에 잠깐 비가 멈췄던 시간에는 불멍도 했는데 타닥타닥 타는 장작 소리를 들으면서 일상의 스트레스도 같이 태워 보내는 명상 같은 시간이었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잠이었다.

금세 다시 비가 오기 시작했고 축축한 몸을 이끌고 더 축축한 텐트 속에 들어와 잠을 청하니 잠이 제대로 올 리가 없었다. 산속이라 기온이 낮은 데다 비까지 더해져 밤새 오들오들 떨면서 잠을 잔 건지 만 건지도 잘 모르겠다. 그나마 침낭이 아니었으면 비명횡사했을 것이다.


피난민 같았던 밤이 지나고 수다스러운 새소리와 함께 아침이 찾아왔다.

청량한 나무냄새를 맡으며 뜨끈하게 내린 커피를 한잔 마시니 간밤의 고생이 또 금세 사라진다. 따뜻한 아침 햇살이 축축한 캠핑장을 조금씩 데워주자 봄이 가기 전에 또 캠핑을 와야겠다는 용기까지 생긴다. 대신 다음번에는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숙면을 취할 수 있게 술을 넉넉히 가져와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좋으면 좋아하고 힘들면 힘들어하고 그러다 좋아지면 다시 좋아하고.

그렇게 그냥 일희일비하면서 살아나간다.

후드득 빗소리도 듣고 타닥타닥 장작 타는 소리도 듣고 수다쟁이 새소리도 들으면서 그렇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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