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지나쳐 가는 초등학교에서는 아침마다 신나는 동요가 울려 퍼진다. 그 노랫소리를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과거로 돌아가 절로 미소를 띠게 된다. 내 어린 시절이 떠올라서가 아니다. 약도 없다는 중2병 말기에 걸린 내 사춘기 아들의 어린 시절이 떠올라서이다. 한없이 귀엽고 끝도 없이 엄마를 사랑해 주던 그 시절 내 아들의 모습이 봄바람처럼 스치면서 충만한 미소가 나온다. 정말 별 걱정 없이 행복했던 때가 아니었나 싶다. 기억은 더 거슬러 올라 보송보송한 아들을 품에 안고 소아과에서 순서를 기다리던 내 모습도 떠오른다. 나는 피곤해 죽겠는데 가장 좋을 때라며 흐뭇해하는 한 어르신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린다.
왜 가장 좋을 때는 그때가 가장 좋을 때인지 결코 모르는지... 그때가 얼마나 귀하고 금방 지나가버리는지 나중에 가서야 알게 되는지... 인생이 누구에게나 던져놓는 속임수가 아닌가 싶다. 지금 가진 이 마음과 깨달음으로 그 귀하게 빛났던 시간을 살아낼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덜 싸우고 덜 빈둥대고 더 사랑하고 더 참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때 그 시절에 매 순간 감사하며 행복을 만끽하며 지내왔다고, 인생의 속임수 따위에 당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또 시간이 지나고 불현듯 길을 걷다 훗날에는 과거의 노래가 되어버렸을 요새 노래를 듣게 되면 지금 이 시절을 떠올리며 그래도 그때가 좋았지 할 것이다. 그러니 내가 지금 할 일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자주 감사하고 더 자주 행복해하며 이 귀한 시간을 살아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