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봄인가 보네. 머리도 숏컷으로 자르고 싶고 새 옷도 사고 싶고 아침에 눈 뜨면 운동화 신고 나가서 걷고 싶다. 이미 낮에는 여름 다 왔네 싶게 벌써 볕이 뜨겁지만 봄 특유의 온화하고 설레는 기운이 내 몸과 마음 구석구석을 환하게 밝혀준다.
몸과 마음에 빛이 도니 출근도 신나고 퇴근 후는 더 신난다. 별 약속도 없지만 요새 제일 신나는 약속은 나랑 하는 약속. 날이 좋은 덕분에 봄한정 만보 걷기 약속을 일주일째 지키고 있다. 만보 걷고도 좀 부족하다 싶은 날은 타바타 스쿼트를 5분 동안 하는데 하고 나면 이마에 땀이 맺히고 절로 가뿐 숨을 몰아쉬게 되는 것이 내 몸을 위해 꽤 좋은 일을 한 기분이 든다. 책도 매일 30분씩 읽는다. 밖에서 약속이 있거나 야근을 한 날에는 기꺼이 건너뛰기도 하지만 가급적 지키려고 노력하는 루틴 중 하나이다. 예전에는 젊음이라는 기초체력이 있어서 뭘 넣어주지 않아도 쌩쌩 잘 돌아갔는데 나이도 먹고 술도 먹고 하다 보니 뭘 넣어주지 않으면 머리가 잘 안 돌아간다. 그러니 매일매일 섭취해 줘야 하는 고농도 비타민C처럼 독서를 통해 좋은 문장과 단어들을 넣어줘야 내일도 무사히 머리를 작동시키고 월급값을 할 수 있다.
봄이라고 어찌 신나기만 할까? 그저 봄이 와도 전혀 변할 거 없이 그대로인 인생의 크고 작은 문제들과 손 잡고 나란히 걸어가는 법을 조금은 알게 됐다 랄까? 벚꽃 흩날리는 이 아름다운 길을 만보 걷고 스쿼트 하고 책도 읽으면서 우리 신나게 손 잡고 걸어가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