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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보다는 고마워요

by narara

"괜찮아요." 남자학생이 앞에 서 계시는 할머니께 자리를 양보하겠다는 몸짓으로 일어나자 할머니가 보이신 반응이다. 한번 튕겨주는 어른들의 겸양의 화법을 학생은 알고 있었는지 그래도 앉으시라는 권유의 몸짓을 하자 할머니는 쑥스러우신지 약간은 퉁명스럽게 "괜찮다니까 그러네." 하면서 앉으신다.


지하철에는 자리를 원하는 할머니도 또 자리를 양보하는 젊은 친구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불과 몇 분도 지나지 않아서 다른 할머니 등장! 이번에는 젊은 아가씨가 자리에 앉아서 영상을 보고 있다가 할머니가 앞에 서자 자연스럽게 일어선다. "아이고, 고마워요." 기쁜 얼굴과 목소리로 고마움을 표현하시는 할머니! 양보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또 보는 사람도 훨씬 기분 좋은 모습이다.


우리 어렸을 때는 어르신이 용돈을 주면 감사합니다 이러면서 덥석 받으면 뭔가 버릇없는 것처럼 느껴져서 굳이 괜찮습니다를 한번 거쳤는데, 우리 아들은 그냥 감사합니다 하면서 나이스하게 받는다. 소모적인 밀당과 겸양이 없어서 좋다. 물론 정말 필요 없어서 괜찮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이 바쁜 세상 누군가가 날 위해 보여주는 배려나 관심은 사실 정말 고마운 일이 아닌가? 그게 설사 내게는 필요 없는 일일수도 있지만 말이다. 고마운 일에 고맙다고 말하고 기쁘게 받아들이는 게 아니에요 혹은 괜찮아요 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덜 복잡하며 상대방 입장에서도 기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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