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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시간

by narara

오늘은 18세 이상 전 국민의 선택의 시간. 34.74%가 나처럼 미리 선택을 했겠지만 우리 모두의 선택이 마무리되는 의미 있는 날이 바로 오늘이다. 하루에도 여러 번 선택의 순간이 찾아온다. 그 선택은 한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것일 수도 있고 때로는 전 세계를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보다는 훨씬 안 중요하지만 내 인생에서 꼭 필요한 작은 선택도 있다.


원래 캠핑을 하려고 강을 바라볼 수 있는 사이트를 예약했었는데 비도 오고 몸도 안 좋아서 그냥 반차 내고 집에 들어가서 쉴까 하다가 일단 장이나 좀 보자 하면서 마트에 들렀다. 처음 보는 신상 과자를 보니 이걸 먹으면서 야외에서 책을 읽으면 기분전환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마지막 순간에 캠핑장에 가기로 선택했다. 1시간 정도 운전을 해서 도착한 캠핑장은 강변에 위치한 조용한 곳이었는데 주변에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비를 잔뜩 머금은 나무냄새를 마음껏 맡으면서 한참 동안 걸을 수 있었다. 걷다 보니 긍정적 에너지가 조금씩 차오른다. 늘 가던 곳, 늘 보던 것에서 벗어나면 늘 하던 행동, 늘 드는 생각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얼마든지 다시 올 수도 있지만 얼마든지 마지막으로 오는 것일 수도 있는 곳의 풍경을 보면서 내 시간의 유한함과 이 시간의 감사함을 마음 깊이 느껴본다.


일상이 반복되다 보면 아무 생각 없이 살 수 있고 아무 생각이 없으면 이 소중한 시간이 아무렇게나 흘러가 버린다. 그러다가 일상에서 한 발짝 벗어나면 호락호락하지 않은 인생에 그저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주도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단단한 힘이 차오른다. 일상이 쉬운 반복으로 아무렇게나 가려고 할 때 나를 깨워줄 수 있는 작은 선택을 앞으로도 수없이 해나갈 것이다. 그 작은 선택이 나를 조금씩 하지만 분명히 앞으로 이끌어 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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