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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먹는 것이 내가 되는데

by narara

결심이 결실이 되기까지 얼마의 전진과 또 얼마의 후퇴를 반복해야 할까? 이상적이며 옳고 또 반드시 필요한 목표를 세웠음에도 어떤 날은 만보 전진했다가 그다음 날 다시 만보 후퇴해서 아직도 출발선 언저리를 헤매고 있달까...


3월경에 재발한 아토피 때문에 6월이 접어든 아직까지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면 좀 나아질 듯하다가 약만 중단하면 다시 증상이 악화되는 상황을 몇 번 겪다 보니 식습관을 본질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이상적이며 옳고 또 반드시 필요한 목표를 진작에 세웠다. 다만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며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을 뿐. 어제는 야채 위주로 소식을 하고 가공식품은 전혀 먹지 않았는데 오늘은 치킨에 맥주까지 한잔하고 마는 식이다. 몸에 안 좋은 음식을 먹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아토피가 이렇게 심각한데도 먹는 거 하나 조절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자기 혐오감이다. 계속되는 진물 때문에 손에 거즈를 붙이고도 그 손으로 치킨을 들고 뜯어먹고 있다니...


오늘은 이렇게 치킨 한 조각에 무너져 버린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해서 꼴도 보기 싫지만 다행히도 나에게는 내일이 있다. 결심이 결실이 될 때까지 후퇴가 없을 수는 없다. 다만 물러선 만큼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전진을 해 나갈 수밖에. 내가 먹는 것이 곧 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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