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자랑 같은 거 하지 않는다. 나에게 생긴 일에 내가 기쁘면 됐지 누군가의 인정이 필요하지 않다. 그런데 문득 깨달은 것은 나에게 자랑을 하는 사람들은 주변에 종종 있다는 것이다. 비싼 물건을 샀다든지 주식으로 얼마를 벌었다든지 아이가 공부를 얼마나 잘한다든지 이런 이야기들에 얼마든지 진심으로 응원해 줄 수 있다. 그저 순수한 자랑에 순수하게 공감해 주는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추구하는 가치들과 거리가 있어서 질투가 느껴지지 않아서일까? 여하튼 대부분의 경우 자랑하는 사람도 듣는 나도 기분 좋게 대화가 끝난다.
그런데 얼마 전 지인이 자랑을 하는데 기분이 확 다운되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 부러워서 질투가 났던 것일까? 그럼에도 평소 갈고닦은 리액션으로 자랑하는 사람 기분 나쁘지 않게 그 자리를 잘 마무리했는데 그날은 종일 기분이 개운치 않았다. 그 감정은 내게 꽤나 낯설었기 때문인지 불현듯 다시 떠올랐고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그날의 자랑은 시작부터 어느 정도 악의가 있었고 정확히 말로 표현된 것은 아니지만 앞뒤 정황 그리고 묘한 뉘앙스를 통해 그 악의가 느껴졌기에 내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 같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저 자신의 행운에 대해 한번 떠들고 마는 무해한 자랑과 자랑 너머에 상대방의 불운에 자기도 모르게 살짝 나오는 미소를 숨기고 있는 유해한 자랑은 분명히 다르고 다행히도 그동안 수없이 많은 경험을 해온 내 마음이 그 정도는 구별해 낼 줄 아는 것이다. 내 소중한 마음을 유해한 자랑이나 들어주면서 쓸데없이 낭비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아직도 나의 마음에 대해, 관계에 대해 그리고 내 마음과 관계를 다 고려하고 나서의 온당한 처신에 대해 배워 나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