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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시험 보는 나

by narara

오늘도 다짐한다. 맛탱이 간 사춘기 아들의 이상행동에 긁히지 않으리라. 그러나 매번 훈육과 히스테리를 넘나드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시전 하는 나. 정신 나간 사춘기와 정신없는 갱년기의 반복되는 충돌 속에서 정상을 유지하고 있는 남편과 고양이는 두 발짝쯤 물러서서 모자가 아주 쌍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는 눈빛을 보낸다.


기억의 오류 또는 미화일 수는 있으나 난 사춘기 시절 결단코 저 정도는 아니었으며 지금도 순한 남편의 사춘기 역시 저 정도일리 없다는 생각 속에 그렇다면 저게 누굴 닮아서 저러는 거지 싶다가도 방금 언성을 높였던 내 모습이 떠오르자 나와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내며 자라온 내 아들이 결국 나를 닮아 저러는 거 같아서 화가 나면서도 또 아들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미간에는 주름을 지게 만들고 속에는 천불을 나게 만들더니 이제는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까지 들게 만드는 우리 아들은 미친 사춘기력으로 나를 시험에 들게 함으로써 오늘도 나를 가르친다. 밖에서는 그럴싸한 어른 흉내를 내고 다니지만 집에서는 긁히기만 하면 더 긁고 마는 한심하고 철없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절감하고 반성하게 만드는 아들. 오늘 저녁에도 날 시험에 들게 할 것이고 이번만은 제발 통과하길 또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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