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좋다! 오늘같이 선선한 오후, 따뜻한 커피 한잔 내려서 테라스에 나와 평화로운 하늘과 건물 너머로 보이는 초록의 숲을 바라보다가 가을을 담은 바람 한 자락에 큰 숨을 들이마시며 순간적으로 느끼는 감정이다. 이 감정 혹은 행복감은 몇 초, 길어야 몇 분을 넘기지 않는다. 아 좋다 이러면서 시작된 이 감정은 지금처럼 휴대폰을 하거나 책장을 펼치면 이미 사라지고 없다.
아 좋다!라는 감정이 3개월 이상 멈추지 않고 매일 지속된 유일한 경험은 사랑을 할 때뿐이었다. 만날 때도 좋지만 만나지 않고 있는 순간에도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아는 일상을 살고 있다는 것이 주는 놀라운 만족감! 그러니 사랑을 하면 착해지기도 하고 예뻐지기도 하고 그러는 것이다. 하지만 이 놀라운 사랑도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무뎌지다가 어느 순간 이 사랑만으로는 더 이상 행복하지도 그래서 더 이상 착해지지도, 예뻐지지도 않는 순간이 온다.
내 아이가 건강하게 이 세상에 태어나고 그 조그마한 게 점점 커가면서 느끼는 감정은 완벽에 가까운 사랑이지만 그 사랑이 아 좋다!라는 행복감과 만족감으로 바로 치환되지는 않는다. 물론 수없이 많은 순간 아이 덕분에 행복했지만 말했다시피 그저 순간에 불과한 감정인 것이고 그 감정 후에는 그저 바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무감동한 내가 남는다. 물론 아이에 대한 사랑은 3개월이 아니라 30년이 지나도 변함없을 거의 유일한 감정이므로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감정이긴 하다.
인생이라는 것이 찰나에 불과한 행복을 위해 살아간다면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허망하겠는가. 하루를 위해 364일을 살아가는 느낌이랄까? 그보다는 이 순간에 행복을 느낄 수 있음에, 내일도 또 행복한 찰나의 순간을 가질 수 있는 가능성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겠다. 아 좋다!는 몇 초에 불과하지만 그 좋았던 순간이 내게 올 수 있었음에, 그 순간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음에 감사하는 것은 마음먹으면 아무 때고 언제고 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