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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의 이점만 남았네

by narara

산에서는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는 경쾌한 소리가 들려오고 합천호에서는 해질 무렵 오리들의 웅성거림이 들려온다. 조용한 커플 한 팀과 나 밖에 없는 캠핑장은 고요 그 자체라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주변의 자연이 그대로 전해진다.


레이차에 그동안 벼르고 벼르던 평탄화 키트를 설치했더니 위에 에어매트와 담요만 깔았을 뿐인데 캠핑 세팅이 끝나버렸다. 경첩이 달려있어서 안 쓸 때는 접어두었다가 차박이 필요할 때는 운전석 옆 좌석을 접어서 그 위로 키트를 펼치기만 하면 되니 정말 편리하다. 단점은 이게 꽤 무거운 편이라 넣었다 뺐다 할 수 없어서 늘 차 뒷좌석에 설치된 채로 다녀야 하다 보니 2인용 차가 되어 버렸다는 것인데, 2인용이면 어떠랴. 이 차만 있으면 언제든 어디든 떠날 수 있다는 것이 떠나지 않을 때에도 위로가 되고 있으니.

텐트를 칠 필요도 거둘 필요도 없으니 캠핑의 불편함은 사라지고 온전히 이점만 남았다. 시작은 도수가 높지 않은 가벼운 술 한잔과 과자 한 봉지다. 적당히 여유를 부리다가 어두워지기 전에 숯불로 고기를 굽는다. 이거 저거 다 구워봤지만 역시 목살이 최고 맛있다. 이때부터는 도수가 살짝 높은 술을 곁들이는데 술기운이 살짝 올라오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한다. 살살 어두워지면 이제 장작을 때는데 아까부터 좋아지기 시작한 기분이 이때가 되면 최고조에 이르고 여기에 음악까지 들으면 완전 신남 그 자체다.


떠나지 않는 순간에도 떠나는 순간을 그리며 그럭저럭 잘 지내다가 조만간 또 어디든 훌쩍 다녀올 것이다. 늘 떠날 준비가 되어있는 캠핑카가 생긴 거 같아서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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