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뛸 수 있다니! 추석연휴 때 시작한 달리기가 일상에 놀라운 활력을 주고 있다. 운동에도 유행이 있어서 남들이 한다고 난리들이니 몇 년 전에는 골린이도 해봤다가 또 그 후 얼마간 테린이도 돼봤지만 결국 3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골프는 몸에 힘을 빼야 한다는데 채를 놓칠까 봐 손가락에 온 힘을 다 줬더니 손에 마비가 올 지경이어서 포기했고, 테니스 역시 그놈의 힘을 빼지 못한 덕분에 40대에 억울하게 오십견이 오게 생겨서 포기했다.
러닝은 남의 세상 운동이지 내가 할 수 있으리라고는 애초에 생각도 안 했기 때문에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않고 있다가 얼마 전 재활 전문의사가 펴낸 '길 위의 뇌'라는 책을 읽고 저자가 말한 가장 뛰기 좋은 이 계절에 러닝을 시작하게 됐다. '길 위의 뇌'는 저자가 20년 동안 러닝을 한 러너로서 몸소 느낀 경험과 뇌분야 전문의로서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 과학적, 학문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무릇 인간이 반드시 뛰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완독 하기 전에 이미 러닝화를 쇼핑하게 만드는 대단히 고마운 책이다. 감히 생각건대 기안 84와 정세희 작가에게는 보건복지부 그리고 운동화 협회에서 감사패 정도는 줘야 한다.
기안 84도, 정세희 작가도, 또 러닝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느끼는 것일 텐데 러닝은 뛸 때의 건강 효과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뛰고 나서는 성취감과 만족감, 거기에 더해 일상에 큰 활력을 주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하루의 질을 훨씬 높여준다. 뛴 게 아까워서 음식도 더 좋게 먹게 되니 내 하루, 더 나아가 내 자신을 조금 더 예뻐할 수 있게 만든다고나 할까?
고작 하루에 30분, 5킬로미터 정도 뛰면서 이렇게 호들갑이지만, 드디어 평생 함께 할 인생운동을 만난 거 같다. 내년 봄에는 10킬로미터에 도전하는 내 모습을 그리며 이 좋은 계절 뛰 뛰 뛰 뛰 뛰어!(feat. BLACKP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