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번, 540분. 지난 한 달간 내가 러닝을 한 횟수와 누적 시간이다. 일주일에 적어도 3번, 한 번에 30분씩 야외로 나가서 뛰었다. 여유 있게 눈을 뜬 날은 아침에 뛰기도 하고 아침을 놓치면 퇴근 후 가볍게 저녁을 먹고 뛰기도 했다. 공원이나 천변에는 쌀쌀한 날씨에도 반바지를 입고 빠른 속도로 쌩쌩 달려가는 사람부터 걷는 속도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속도로 조심조심 달리는 사람, 강아지와 박자 맞춰 경쾌하게 달리는 사람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가지각색 러너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첫 러닝 몇 번을 왓치 없이 휴대폰 헬스앱만 보고 뛴 후 시속 10km, 1km를 5분대로 뛰는 대단한 사람으로 나 자신을 단단히 오해하고 있다가 왓치를 차고 난 후 나의 진짜 속도와 기록에 대해 알게 됐는데, 평균 시속 7km, 1km 기준으로는 8분대 언저리에 있는 전형적인 못 뛰는 사람에 속해 있다. 평소 운동 겸 시속 6km로 걷고는 했는데, 그거보다 조금 빠른 속도로 뛰는 것뿐인데도 어찌나 힘든지 컨디션이 조금 안 좋은 날은 평균 심장박동수가 180 bpm을 넘을 때도 있다. 특히 20분을 넘기고 마지막 10분 동안에는 거의 1분에 한 번씩 남은 시간을 확인할 정도로 힘에 부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분을 다 뛰고 난 후 평소보다 3배는 더 좋아지는 아이스아메리카노의 맛과 무언가 힘들지만 유익한 것을 해냈다는 작은 성취감이 또 다음 러닝을 기대하게 만든다.
누군가 그랬다. 행복의 비밀은 힘든 거 몇 개를 꾸준히 해나가는 거라고. 이 좋은 계절, 뛸 수 있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