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붉던 날 바위처럼 울었다.

선인봉 박쥐길

by 날아라풀

낙엽처럼 가을볕이 흩어지고 있었다.

지난 여름 내내 품었던 그 푸름은 어느새 이 무렵의 햇빛과 스산한 바람을 불러와 제 빛깔을 비워낸다.

단 한 순간도 똑같은 모습이지 않았으면서도 늘 한결같은 되풀이라는 묘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그러나 왜 그랬는지 유독 바위만은 항상 그 모습일 거라는 착각을 다른 어떤 것보다 더 자주 했었다.

늘 그 자리에 있기에...

언제나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바람이 머물고

깊이를 헤아리기 어려운 빛을 머금고

때때로 찾아오는 비와 눈을 담으며

인간의 흔적을 받아내는...

바위의 홀로 견디는 시간을

나는 놓치고 있었다.

그 바윗길을 오르는 사람들을 올려다 본다.

자신의 틈에 물과 흙과 바람을 채워

풀과 나무를 보듬고

이제 이 가을에 낙엽을 받는다.

어디선가 바람이 데리고 온 나뭇잎이 지나가고

바위는 다시 홀로 있는 순간을 맞는다.

문득 홀로 우는 바위의 울음소리를 들은 듯한 착각이 일었다.

가을이 깊던 날 나도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