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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아라풀 Dec 31. 2016

익숙하다는 것은 오만함에서 비롯된다

삼각산을 다시 바라보다

북한산을 오르다보면 늘 궁금했던 풍경이 있었다. 멀리 거대한 불상 하나가 떡 하니 산 아래에 놓여있어 저 곳은 대체 어디일까 마음에 품었었던 그러나 한번도 가보려고 시도해보지 않았던 그곳을 우연히 들게 되었다.

어쩌다 삼각산에 오르는 날은 대개 홀로였기에 알려진 길로만 다니다보니 저절로 익숙한 곳만 닿게 되었다.

때로 사람들과 함께 할 때는 도선사에서 백운대 혹은 인수봉이 고작이었으니 나의 산을 향한 운폭에 얼마나 좁은지를 알 수 있었다.

그 날도 그렇게 가던 길로 가겠거니 하며 길을 따라 나섰다.

늘 궁금했던 국녕사

그러나 어디로 갈 것인지 갈팡질팡 하던 우리는 여러 차례 삼각산을 와 본 적이 있는 언니의 뜻에 따라 이 국녕사가 있는 오른쪽 길로 가게 되었다.

그때까지도 난 이 쪽 길로 가는 길이 있는지 국녕사가 거기 있는지도 전혀 몰랐었다.

북한산성 입구에서 이 초입까지 약 30여분을 걸으면 이르는 가까운 곳인데도 늘 백운대를 빨리 갈 수 있는 길만 찾아가느라 놓친 것이다.

산 밑에는 비가 왔던 날 이곳에는 눈이 왔었는지 살얼음이 얕게 덮여 있어 조심스러웠으나 한 바퀴 휘 돌고나니 이 곳이 늘 저 위에서 궁금해했던 곳임을 알고는 이름을 까먹을새라 자꾸 되뇌며 길을 올랐다.

국녕사를 지나면 바로 마주하는 탁 트인 풍경

대남문 방향을 향해 오르다 용출봉, 용혈봉을 향하는 길은 사방이 트여 있어 삼각산을 시원하게 누릴 수 있는 가히 최고의 조망이 아닌가 싶었다.

용출봉~용혈봉에서 바라다보이는 확 트인 산세

거침없이 이어지는 환한 풍경은 그야말로 시선을 붙잡아 두기에 충분했다.

내가 지금까지 봐 온 익숙한 그 길들은 다 거짓으로 느껴질만큼 푹 잠기는 모습이었다.

일행과 떨어져 홀로 감탄을 하며 걸음을 옮겼다.

삼각산의 수많은 모습들 중 내가 본 것은 고작 한 줌 흙만한 것도 못되는 것이리라.

증취봉, 성랑지를 지나 대남문을 향하는 길

새로운 풍경을 만날때마다 그 동안 보았거나 혹은 놓친 길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기껏해야 하는 세상의 일부분을 보았을 뿐이거늘 마치 모든 것을 다 취한 척하며 살았던 것은 아닐까?

청수동암문까지 곳곳에 남아있는 눈의 흔적들

구기분소로 향하는 고즈넉한 길을 조용히 내려오며 그간 내가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들이 가진 오만함에 대해서 다시금 깨달았다.


보이는 것과 아는 것은 결코 전부가 아니다.

다 볼 이유도 모두 알 이유가 있는 것 또한 아니나 겨우 알량한 지식 하나로 드러내어 자만하지 말아야겠다.

나는 아직 이 드넓은 삼각산의 길 하나를 겨우 알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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