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과 엄살
나는 언제나 두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다 가끔 있는 등반 날이면 짐을 꾸려 집을 나선다.
모순인 줄 알지만 길에 대한 궁금함 또한 무서운만큼 크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간 열댓 번의 등반 길을 되짚어 보니 크고 작은 사건이 내 옆을 비켜갔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꼭 영화 제목이 아니더라도 그런 일이 생길 것만 같았다. 등반이 어려울 수는 있지만 두려우면 오를 수 없다는 말은 그래서 나를 겁나게 한다.
등반을 할 때마다 무섭다는 속내를 사람들에게 말했더니 어느새 나는 그들에게 겁과 엄살 많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고소에 대한 두려움을 그나마 덜 내보이려고 애썼는데 내 자신과의 싸움도 쉽지 않은 등반 길에 사람들의 그런 시선을 알게 되니 그간 내가 했던 말과 행동들을 돌이켜 보게 되었다.
'이게 가짜인가.'
분명 내 무의식이 만든 두려움이라는 건 알겠으나 내 마음에 있는 무서움을 남에게 표현해 본 것은 그것을 드러내고 부딪히면 줄어들까 하는 나름의 의지였음에도 불구하고 '겁과 엄살'이라는 타인의 시선과 '두려움'이라는 마음이 뒤엉켜 무엇이 '진짜'인가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설 때마다 추락과 죽음의 공포가 어김없이 찾아오는데 집착할 그리 대단한 삶이 아님에도 온전하지 못한 몸과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는 것, 그게 그렇게 두려운 일인지를 사람들의 말처럼 나는 그저 겁쟁이인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그토록 두렵다면 등반을 아예 시도조차 안 하겠지만 고소공포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끔 산을 오르는 이유는 '흰 산'이 주는 두근거림을 직접 마주하고픈 꿈에 있다.
나의 이 오랜 꿈을 잊어버리고 두려움에만 집중하고 있었으니 얼마나 어리석은지...
꿈에 집중하며 그 어려움을 극복해야겠다.
어쩔 줄 몰라 쩔쩔맸던
도봉산 남측 침니와 펜듈럼,
뜀바위와 트레바스, 만장봉 크랙,
그리고 하강
숨 가쁘게 오르고
두근두근 내려오는
수많은 그 바윗길에서
두려움을 절벽에 던져버리고
내 호흡을 가다듬어 본다.
깨고 오르는 거다.
다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