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도 매일 상사앞에서 쫄보입니다.
혼자 조용히 있을 때 전화 주라.
카톡으로 단 한 문장이 전달되었습니다. 근데 핸드폰 밧데리가 없어 1시간 뒤에나 확인한 저는 바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뚜, 뚜, 뚜 받지않습니다.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대체 퇴근시간인데 왜? 무슨일일까? 집에 가는길이 정말 천근 만근 온갖 짐을 짊어진 사람과도 같이 담이 올 정도로 몸이 아픈 것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쫄았습니다. 대체 무슨일일까.
집에 와서 다시 전화를 걸었는데, 회의중이라는 문자가 옵니다. 그리고 한참 뒤에나 오는 문자.
내일 출근하면 내 자리에 잠깐 와라.
무서웠습니다. 아내랑 대체 무슨일일까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최근에 잘못한 일이 있는지 되새기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30분 일찍 퇴근한 게 그런가? 회사 동료의 송별회에 참석하지 않아서 그런가? 나 없을 때 뭔가 직원들하고 내 얘기가 나왔나? 등등 수없이 많은 가설을 세워보고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대책을 세웠습니다. 차라리 빨리 자고 내일 빨리 상황을 맞딱들이자고 마음먹었을 때는 이미... 12시가 넘었네요.
직장 상사의 문자 한마디의 힘이 이렇게 큰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게 없는 것 같은데 왜이렇게 캥기는 마음이 들까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습니다. 온갖 사람들이 의심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뭐에 홀린 듯이 미친듯이 이유가 뭔지를 파악하려고 애썼습니다.
과연, 왜 그랬을까요?
서론을 미친듯이 장황하게 쓴 것 같지만, 사실 별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회사에서 좋은일이 있는데 모두에게 다 혜택이 돌아가지는 못하니까, 따로 불러서 이야기를 해준 것이었습니다. 즉, 좋은 일이었던 것이죠. 왜이렇게 호들갑을 떨었을까요? 사람이 아무리 자신만만 하더라도 카톡의 뉘앙스나, 뭔가 의심받는 상황이 되니까 사람이 이렇게 쫄보가 될 수 없습니다. 온 갖 안좋았던 기억들을 소환하고 주변 사람들을 의심하고 정신나간 사람처럼 아무일도 못하고 멍하니 있어야 하는 그 시간들이 아까울 따름입니다. 팀장도 직장 상사 앞에선 매일 쫄보같이 굽니다.
원래 카톡은 간단 명료하게 보내시는 상사분의 스타일에,
괜히 쫄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