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계급장을 떼면, 나는 누구인가?
오랜만에 이전 회사에서 함께 일했던 팀장님을 만나 이런저런 회사 돌아가는 이야기를 들었다.
회사가 어려워지다 보니 예전 내가 모시던 상사분들이 갑작스러운 퇴사 통보를 꽤나 많이 받으셨다고 한다.
예전 내가 모시던 상사 분들의 행방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는데... 참 씁쓸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전 회사에서 같은 과차장급으로 동일 선상에 있던 분 들 중에 일부는 나가서 자기 사업을 시작했다.
1~2년 동안 자리 잡으려고 미친 듯이 노력하다가, 이제는 3층짜리 건물도 짓고 몇십 억대의 자산가가 되어있다는 소식이었다.
반면, 동일 선상에서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하고 갑자기 퇴사를 하게 된 다른 분들 중 일부는
앞서 이야기한 사업하신 분들에게 부탁해서 그 회사의 직원으로 일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그들이 눈치를 엄청 보면서 회사생활을 한다는 이야기도 듣고..
회사에서 팀장이라는 직급은 내가 아니다.
회사라는 타이틀이 없어지는 순간, 벌거벗는 나를 마주하게 된다.
그런 나를 마주했을 때, 나는 어떤 내가 되고 싶을까?
평생직장이라고 하는 공무원도, 대기업도,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회사라는 계급장을 떼어냈을 때, 나는 어떤 사람인가?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가?
내가 사원 대리 시절에는 내 10년 뒤의 상사 분들을 보면서 경각심을 갖긴 했었다.
다만, 이제는 주변에서 회사에서 권고사직당했다거나, 회사가 힘들어지거나 하는 것들을 몸소 체험하다 보니,
내 미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수천, 수만 번씩 들게 된다.
그렇다고 걱정만 할 수 없다. 내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들을 한다.
어떻게 회사 이후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설정하려고 부단히도 애를 쓴다.
그걸 20대에 해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을 때도 있지만, 나는 안다.
계획은 어그러지라고 있는 것이라는 걸. 그래서 나는 내 10년 후, 20년 후를 그리기보다는
5년 정도의 중기 계획을 좋아한다.
5년 뒤, 내가 퇴사한다고 가정했을 때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지에 대한 인생 설계.
그게 필요하다. 그런 설계를 위해서는 최소 세 가지 정도의 고민이 필요하다.
우선 첫째,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일과 연관되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기.
둘째, 내가 평소에 취미나 열정을 가지고 좋아했던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기.
셋째, 내 주변에 좋은 본보기가 되는 잘 살아가는 롤모델이 있는지 고민해보기.
다시 앞서 씁쓸한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무엇이 이들의 미래를 바뀌게 했을까?
누구는 자기 사업을 하면서 자신감도 더 생기고 다른 사람을 고용하는 한편,
다른 누구는 갑작스러운 퇴사 통보에 갈 데가 없어 사정하고 부탁하며 옛 동료의 회사에 입사해서 눈치 보면서 살아가고 있다.
나는 어느 쪽이 되고 싶은가? 아니, 이 두 상황 말고 다른 상황은 무엇이 있을까?
내가 풀어야 할 숙제를, 여러분들에게도 드리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지만,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야 함은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 일거라 믿는다.
이런 이야기로 좌절하지 말고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