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끊은 영업사원의 이야기
당부의 말씀부터 드리자면, 저는 술을 마시는 그리스도인은 죄를 지었고 천국에 갈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술 마시는 크리스천을 정죄할 일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반대로 제가 술을 끊었다는 주관적인 결심을 오해하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영업을 합니다. 선배들은 영업을 하면서 술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못이 박히도록 가르쳐줬습니다. 선배들은 사회생활을 처음 하는 저에게 많은 술자리를 제공해 주셨습니다. 가뜩이나 술도 못 마시는데 자주 술자리에 가게 되는 건 정말 고역이었습니다. 사회생활을 잘하려면 술이라는 윤활제가 중요하고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이 세계에서 살아남기가 어렵겠다는 두려움이 밀려왔습니다. 그래서 현실에 타협하고 술을 마시며 영업을 해왔습니다.
그런 저에게 어느 날은 엄청난 허무함과 마음에 지속적으로 하나님께서 술을 끊으라는 마음을 끊임없이 주셔서 마음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매일 울면서 기도했던 날들이었습니다. 도저히 내 마음이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술을 끊던지 죽던지 그런 순간까지 찾아올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술을 끊기로 결심했습니다. 결심은 했지만 막상 계기가 확실하게 없다가 새로 오신 대표이사님과의 환영회에서 그 계기를 맞이했습니다. 대표님께서 직원들에게 술 한잔씩 따라 주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담대하게 "저는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라고 선언했습니다. 쿨하게 "그래, 그럼 사이다 마셔!"라고 하시면서 사이다를 따라주시는데, 묘한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그렇게 저는 술을 끊었습니다. 그 말 한마디가 뭐 그렇게 두렵다고 이야기 못했던 걸까 하는 허무함과 해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무엇보다도 그 순간만큼은 하나님께 떳떳했습니다.
제가 일하면서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은 "쟤도 교회 열심히 다니는데 술 엄청 잘 마셔"였습니다. 술 마시는 게 뭐 어때, 재미있게 즐기자는 이야기로도 들리지만, 한편으로는 저를 비꼬는 이야기로도 들렸습니다. 술도 한잔 안 하면서 무슨 영업을 하겠다고 대놓고 면박을 주는 거래처 사장님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술자리에 가면 가장 외곽진 구석자리가 제 고정석이었습니다. 그런 여러 사건들을 겪으면서도 그렇게 악착같이 술 마시지 않고 담배 태우지 않았던 이유. 그 이유는 바로 나로 인해 넘어질 수도 있는 그 한 사람 때문이었습니다.
저도 지금까지 지내오면서 많이 무너지고 실망하고 괴로웠습니다. 하나님을 제대로 믿는다고 하면서 영업하는 사람 중에 술 마시지 않고 신념을 잘 지켜내면서 일해가는 좋은 롤모델을 찾지 못했습니다. 최소한 교회를 다닌다고 이야기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을법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꿈이 하나 생겼습니다. 최소한 교회를 다니면서 다른 형제를 넘어지지 않게 하는 사람도 있다는 선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최소한 제 주변에서는요. 그런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이제는 술 끊은 지 꽤나 시간이 흘렀습니다. 어딜 가도 술 마시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 건 껌을 씹듯 쉬운 이야기가 되었고, 그만큼 제 안에 확신이 있습니다. 바로 하나님의 말씀 때문입니다. 서로 덕을 세우는 일을 해나가기 위해서입니다. 분위기도 예전과는 달리 술 마시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대우도 달라지고 서로 부담스럽지 않은 관계들을 더 선호하는 것 같아 이런 변화들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누군가 저를 볼 때 귀감까진 아니더라도 최소한 나를 보면서 하나님을 욕하거나 교회에 대해 안 좋은 생각이 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오늘도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마음들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매일 기도합니다.
어느덧 주변에 술 마시는 친구들도 거의 없고, 매일 술만 마시던 거래처와의 관계도 끝났습니다. 그렇게 환경은 스스로 세워갈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고 언제든 저는 하나님께서 또 불편한 마음을 주시거나 마음이 너무 힘들어지면 그것을 받아들이고 주님의 뜻에 순종할 수 있는 그런 종이 되고 싶습니다. 오늘은 '술'이라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느라 엄청 믿음 생활 잘하나 보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아직도 너무너무너무너무 부족할 따름입니다. 하아, 이 믿음 없는 자를 돌봐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