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이모가 한 명 있다. 여느 집이 다 그렇듯 나도 고모보다는 이모와 더 가까이 지냈던 것 같다.
이모는 우리 엄마와 외모는 물론이고 성격이 완전히 달랐다.
이모는 호탕하고 쾌활한 성격이라 전업주부로 사실 수 있었는데도 평생 학원을 운영하셨다. 비록 멀리 사셔서 자주 뵙진 못했지만 그래도 1년에 한 번씩 방학 땐 꼭 이모네 집에 놀러 갔는데 나를 포함해서 외사촌 동생들을 진두지휘하면서 데리고 다니셨던 기억이 난다. 평일 낮에는 일하시고 주말이나 저녁에도 이런저런 모임에 참여하시고, 학원 운영뿐 아니라 부동산 투자도 잘하셔서 돈도 잘 버셨다. 이모부도 대기업에 다니셨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엄마의 형제들 가운데 가장 여유가 있었다.
이모에게는 딸 하나, 아들 하나가 있었는데 둘 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모는 학부모 모임도 열심히 나가셨고 학교 일도 많이 하셨던 것으로 안다.
그리고 가장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그런지 큰외삼촌 사업이 망한 후에 이모가 외할머니를 부양하셨다. 20년이 넘게 부양하셨다.그리고 일찍 돌아가신 막내 외삼촌과 외숙모의 자녀 둘까지 이모가 키워주셨다.
그렇지만 그렇게 부양을 했는데도 돌아오는 건 더한 요구였다.
어느 날 갑자기 이모부가 심장 문제로 쓰러지셨다. 심장마비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비슷한 증상이었던 것 같다. 한시가 급한 상황이었고, 이모부는 울산에서 서울까지 구급차로 이송돼서 바로 대수술을 받았는데 그 수술이 잘못되어 바로 또 대수술을 연이어 받았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두 번의 대수술을 받은지라 이모는 패닉 상태였는데 그때 외할머니가 찾아오셔서 생활비가 모자라니 돈을 더 달라고 하셨다고 한다. 아마 이모는 그때부터 뭔가 잘못됐다고 느끼셨던 것 같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흐른 지금 이모는 외할머니, 큰외삼촌과는 연을 끊으셨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유일한 자매인 우리 엄마와 이모 사이도 좋은 편은 아니라서 거의 연락이 끊긴 상태이다.
이모의 딸은 결혼 전부터 예비 처가에 돈을 요구하는 남자를 데려와 이모가 반대하는 결혼을 부모님 없이 식을 올리며 강행했고 이모와 연을 끊었다.
얼마 전에 꿈에서 이모가 나와서 예전처럼 나와 외사촌들을 데리고 이리저리 다니며 아주 신나게 놀러 다녔다. 이모는 에너지가 넘치셔서 같이 있으면 즐겁고 든든한 여장부 같은 분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즐겁게 따라다녔다. 꿈이 너무 생생해서 현실인 줄 알았다가 꿈에서 깨어 이게 현실에서는 다시는 없을 일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나니 매우 씁쓸했다. 이제 이모와 외사촌들과 하하호호 놀러 다녔던 일은 먼 과거의 일, 꿈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