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산드라 증후군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르시시스트'라는 말을 처음 접했을 때보다도 더 생소하고 거리감이 느껴졌다. 지난주에 남편과 부부상담을 받으러 갔었는데 그 상담사도 이 용어를 처음 들어본다고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갖고 있는 남편의 아내들이 흔히 겪는 증상이라고 듣긴 했지만 내 증상이 아니라서 나도 그리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두 달 전에 받았던 썸머님과의 상담에서 이 말을 듣게 되었다. 우리 엄마가 카산드라 증후군을 갖고 계신 것 같다는 말이다.
네이버 지식백과를 찾아보니 카산드라 증후군은 쉽게 말하자면 사소한 공감이 필요한 일에도 공감을 받지 못해서 자신이 무시당한다고 생각하고 그게 쌓여서 자존감 하락, 우울, 스트레스, 불안장애 등을 갖게 되는 병이라고 한다. 이름을 듣고 대충 짐작이 되겠지만 카산드라, 나르시시스트 모두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된 명칭이다.
남편이 어떤 상태인지를 정확하게 알면 그나마 받아들이겠지만 대부분은 모르고 결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것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남편에게 얻을 수 없는 것을 요구하게 된다. 그런데 그것이 그렇게 사소한 것인데도 받아들여지지를 않기 때문에 혼자 화가 나고 스트레스를 받고 무시당했다고 생각하고 자존감이 하락하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그것은 자녀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쉽게 말해서 그 불똥이 자녀에게 튄다. 특히 첫째한테 그 영향이 많이 갈 것이다. 아이도 어린데 첫째라는 이유로 나쁘게 말하면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는 것이다. 이게 남 얘기가 아니고 내 얘기인 것 같다. 내가 결혼하기 전에 기억나지 않는 어린 시절에 대해 엄마가 미안했다는 말씀을 한 번 하신 적이 있다. 그런데 나는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뭐가 미안하신 건지 잘 모르겠다. 나는 기억나는 시절에 대해 사과받고 싶은데 그건 사과를 받지 못했다.
어릴 땐 막연히 엄마가 자주 화가 나있고 잔소리가 많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된다. 엄마가 이런 상황에 대해 정확히 몰랐고, 해결할 능력이 없었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카산드라 증후군이 꼭 아스퍼거의 배우자에게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고 나르시시스트나 소시오패스 등, 자기중심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의 배우자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카산드라 증후군을 앓고 있는 사람도 그리스 신화 속 '카산드라'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호소해보지만 별로 공감을 얻지 못한다고 한다. 실제 그 입장을 겪은 사람이 많지 않을뿐더러, 그 사람의 배우자의 진면목을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기 때문에 "정말? 당신 배우자가 그런 사람이라고? 믿기지 않아."라는 말을 듣기가 쉽다.
결국은 잘못된 결혼으로 인해 아무에게도 자신의 처지에 대해 공감을 못 받고 이들은 심리적으로 더욱 고립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