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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피지기 Dec 10. 2022

외할머니는 사실 코디펜던트?

누군가에게는 도움을 주지만 누군가를 착취하는 코디펜던트


나는 '나르시시스트'에 대해 알아가면서 나의 외할머니가 나르시시스트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다. 왜냐하면 지금 외갓집에 문제가 많은데 이런 문제는 대부분 대물림이 되기 때문에 가장 어른이 누구이고 누구로부터 비롯되었는가 생각했을 때, 외할머니가 외갓집에서 가장 연장자였기 때문이다.(생각해보니 이유가 너무 단순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썸머님과 상담을 했을 때, 썸머님이 외할머니가 큰외삼촌의 코디펜던트라고 말씀해주셔서 알았다. 외할머니는 이모에게는 나르시시스트와 다를 바가 없었지만 큰외삼촌에게 있어서만큼은 코디펜던트가 맞았다.


'코디펜던트'란 원래는 알코올 중독자의 곁에서 그들을 도와주는 사람(대부분 가족)을 뜻했는데  이제는 꼭 알코올 중독자가 아니라 모든 '중독자'옆에서 그들을 도와주는 사람들을 뜻하는 말로 그 의미가 확장되었다. 나르시시스트도 '자아도취' , 자신에 대한 잘못된 자기애와 찬사, 인정에 중독되어 있기 때문에 곁에 코디펜던트를 두는 경우가 많다.


외할머니는 큰외삼촌의 아이들 삼 남매를 다 키워주셨고 큰외삼촌이 사업에 실패하고 보증을 잘못 서서 쫓기다가 폐인이 되어 돌아오자 그 뒤로는 큰외삼촌과 같이 사시면서 삼시세끼 차려주시고 살림을 다 해주셨다. 그렇게 산 세월이 족히 20년은 넘는다.

물론 살고 계신 집과 돈은 모두 이모가 주신 것이지만 그것들을 활용해서 외할머니는 큰외삼촌이 불편하지 않도록 직접 큰외삼촌의 수족이 되어 주셨다.

외할머니 연세가 올해로 90살이지만 악성 당뇨와 저장강박증을 앓고 계신 큰외삼촌의 뒷수발은 모두 외할머니의 몫이다.


누군가를 돕는 것은 대부분 '좋은'일이다. 그러나 코디펜던트의 도움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중독자를 돕지만 이상하게도 도우면 도울수록 그 중독자는 더 중독에 빠진다.


코디펜던트는 자신이 돌보는 중독자를 돕기 위해 심지어는 누군가를 착취할 수도 있다. 그리고 코디펜던트 자신도 중독자이다. 그들은 자신이 도와야만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돌봄 중독'에 빠진 사람들이다.


외할머니가 나르시시스트이든 코디펜던트이든 변하지 않는 사실은 우리 외갓집에 자기애적 상처가 있다는 것이다. 집안에 코디펜던트가 있다는 것 자체가 그런 의미이다. 코디펜던트와 나르시시스트는 모두 자기애적 상처가 있고 그것을 공유하기 때문에 친밀함을 느낀다. 


따라서 코디펜던트도 나르시시스트처럼 수평적이고 동등한 관계를 잘 이해하지 못하며 뭔가 서열이 있는 인간관계를 익숙하게 생각하고 그런 수직적 인간관계를 만들어나가는 습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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