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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임 Oct 20. 2021

26. 육아의 기술

  마트에 다녀왔다. 마트를 나서는데 남편이, 계산대 앞에서 애 때리는 엄마 봤냐고 묻는다. 애 등짝을 사정없이 내리 쳤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엄마가 아이에게 쏘아붙인 말도 붙였다. 


  “여기서 구부는 애는 니밖에 없다!”


이해할 수 있다. 꽃으로라도 때리지 말라지만 많은 사람들 있는 데서 내 새끼 등짝을 후려치는 그 엄마의 마음을 십분, 이십분 이해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어떻게 하면 마트에서 드러눕지 않는 아이로 키울 수 있을까 고민했다. 마트에서 드러눕지 않는 아이란 아이가 뭔가 하던 것을 멈춰야 할 때, 욕망들을 누그러뜨려야 할 때 말로 컨트롤할 수 있는 아이다. 물론 눈을 부라리며 이를 악다물고 복화술로 이야기해야 통할 때가 더 많지만 어쨌든 말로 했으면 성공적이다. 


  1호가 두 돌이 되고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부모교육을 다녔다. 1년 동안 배운 것이 너무나도 많지만 아이 키우면서 이건 배워두길 정말 잘했어하는 기술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미리 말하는 것’이다. 엄마들은 정해진 일과를 꿰뚫고 있다. 그 시간이 되면 아이에게 지금 하는 것을 멈추고 해야 할 것을 이야기한다.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데 학습지 선생님이 올 시간이 되었다. 엄마는 놀이에 빠진 아이에게 선생님 올 시간이라고 집에 가자고 말한다. 아이는 당황스럽다. 갑자기? 지금? 한참 신났는데??!! 당연히 “네 어머니, 그럽시다.”하고 놀이를 끊는 아이는 없다. 이제부터 ‘가자’ 대 ‘조금만 더’의 실랑이가 시작되는 것이다.


  나는 항상 ‘멈출 때’를 미리 알려준다. 아이가 시간의 개념이나 시간의 길이 따위가 뭔지 몰라도 했다. 긴 바늘이 맨 밑에 가면 갈 거야, 30분 뒤에 갈 거야, 20분 남았어, 10분 남았어, 5분 남았어, 2분 남았어, 시간 다 됐다. 그동안 아이도 나머지 시간을 활활 불태우며 마음의 준비를 한다. 엄마가 타임아웃을 외쳤을 때 비교적 수월하게 다음 퀘스트로 넘어갈 수가 있다. 물론 처음부터 그리고 항상 효과가 100프로 나타나는 건 아니지만 몇 번의 훈련과 반복된 상황을 겪다 보면 아이도 자연스레 엄마의 그런 시스템에 적응을 하게 된다. 점점 수월해지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미리 말해주는 것은 어딘가에 가는 ‘목적’이다. 특히 마트는 아이들이 아주 좋아하는 장소다. 장난감 코너는 안 가는 것이 상책이지만 어쩔 수 없이 지나야 하는 날에는 마트에 가기 전 미리 야기한다. 장난감을 사러 마트에 가는 것이 아니다, 필요한 것을 사러 가는 것이다. 장난감 코너에서 아이는 분명 걸음을 멈춘다. 그리곤 이렇게 말한다.


  “엄마, 보기만 할 거야.”


나는 사주는 것도 아니면서 몹시 인자한 자태로 “응, 그래.” 하며 유난히 상냥하게 대꾸한다. 이 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지식 노릇도 드러워서 못해먹겠다 싶다. 


  어쨌든 이 두 가지 기술은 나의 육아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 집 밖에서, 남들 보는 앞에서 내 새끼 등짝을 후려치는 엄마가 되지 않게 해 준다. 물론 이 기술 성공의 팔 할은 아이들이 그만큼 잘 따라준 덕분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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