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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임 Jan 01. 2022

31. 새해가 밝았다

블로그며 SNS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글들이 많았다. 나도 한 해를 어떻게 살았나 갈무리를 해볼까 했지만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도 오늘 같을 날들의 연속이라 딱히 정리할 것이 뭐 있겠나 했다. 아이들과의 일상을 소소하게 기록하고 있는 나의 SNS를 훑어봤다.



#정인아미안해

2021년은 한 아이에게 어른으로서 미안함을 고백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 또 다른 정인이들이 있고 아이들을 생각하는 태도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알지 못한다. 미안하다 고백했던 그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퇴근없는독박육아

불안불안한 등원, 긴급 하원과 가정 보육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다시 일 년이 지났다. 집안에 갇힌 채 긴 가정 보육으로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엄마들의 기사가 남일이 아니었다. 이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날카로운 감정의 날은 수시로 아이들을 향했고 다시 후회의 부메랑이 되어 내게로 날아드는 날이 많았다. 그러는 중에도 아이들은 자라고 어느새 엄마의 마음을 다독여줄 줄도 아는 품이 생겨나고 있다. 감사하다.



#산으로바다로

에너지를 채우려면 시간이 한참 걸리는 나와 달리 7살, 4살 두 아들 녀석은 잠깐의 쉼만 주어져도 에너지가 차올랐다. 주말과 연휴는 집콕하더라도 평일에는 틈만 나면 산이고 바다를 찾았다. 추우면 추운 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아이들은 자연과 금방 친해졌다. 어른 눈에는 띄지 않는 작은 풀이며 꽃들도 아이들은 포착해 내는 재주가 있다. 여름 바다는 끝없이 밀려드는 파도와 모래만으로도 아이들에게 한없는 즐거움이었다. 누군가는 그놈에 바닷가 좀 안 가면 안 되냐 했지만 두 아이 엄마에겐 그놈의 바닷가가 가까이 있어줘서 고마울 뿐이었다. 우리는 이마가, 정수리가 까맣게 타도록 여름을 바닷가에서 보냈다.



#메니에르

두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기가 모조리 빨리는 기분이다. 예민한 성격 탓에 입맛도 떨어져 살도 잘 붙지가 않았다. 이런저런 잔병치레로 병원을 수도 없이 드나들다 어느 날 까무러칠 것 같은 현기증이 찾아왔다. 대학병원에 가서 이런저런 검사를 받고는 메니에르라는 진단을 받았다. 컨디션 조절을 잘 하고 푹 쉬라고 했다. 육아맘에게 푹 쉬라는 처방이 가당한가 싶었다. 아빠가 여자한테 좋다며 흑염소를 한 마리 고아다 주셨다. 역시 오 씨 챙기는 건 오 씨뿐이구나 했다.



#BTS

불혹에는 입덕이지. 매일같이 동영상을 찾아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아, 콘서트 가고 싶다를 주문처럼 읊조리며 그날이 왔을 때를 대비해 노래도 열심히 듣고 있다. 차를 탈 때마다 노래를 틀었더니 아이들도 같이 온갖 노래를 따라 부른다. 남편은 지겨워하지만 우리는 늘 즐겁다.



#여행

아이들만 데리고 셋이서 남해 여행을 다녀왔다. 남편 없이 떠나는 장거리라 걱정이 컸지만 무사히 잘 다녀왔다. 숙소도 아이들이 원하던 카라반으로 예약했고 갯벌체험도 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너무 신났다는 말에 잘 했구나, 이걸 해냈구나 하며 나 스스로 뿌듯해했던 여행이었다. 또 떠나자!



#독서

책을 사는 것도, 보는 것도, 구경하는 것도, 빌리는 것도 좋아한다. 틈나는 대로 책을 읽으려 애를 썼다. 독서모임에도 참여해 가며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몇 권이나 읽었는지는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한 달에 서너 권은 읽은 듯하다. 매년 새해가 되면 사놓고 안 읽은 책 다 읽기 전에는 새 책 안 사야지 다짐한다. 다시 다짐으로 끝날 테지만 올해도 또 다짐해 본다. 책장 비울 때까지 책 그만 사야지.



#글쓰기

SNS에 간간이 쓰는 글이 재미있었나 보다. 브런치를 해보라고 해서 봄에 시작했다. 뭐든 꾸준함이 생명일 텐데 혼자 쓰는 글은 금방 시들해졌다. 친구 덕분에 글쓰기 챌린지를 시작했고 이제 네 번째 달이 시작되었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그 말을 실감하는 중이다. 가끔은 ‘아, 이걸 왜 해가지고…’ 하면서 벌금을 생각하며 글을 쥐어짜내기도 하지만 글동무님들 덕분에 지금도 진행 중이다. 지난 한 해 칭찬할 일이 있다면 글쓰기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에 한 표를 던지겠다.





적고 보니 이런 저런 일들이 많았구나 한다. 시간을 지나는 순간은 아휴 하고 한숨이 섞일 때가 많지만 지나고 나서 묵은 시간들을 돌아볼 때, 먼지를 툭툭 털어내고 나면 남는 것은 반짝였던 순간과 마음들 뿐인가 보다. 오늘도 반짝이는 순간들을 쌓는 시간이 되겠지. 옆에서 두 아들녀석이 똑같은 바나나 내복 맞춰입고 재잘재잘거리며 놀며 싸우며 지지고 볶는 이 순간이 반짝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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