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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임 Dec 19. 2021

30. 노력하고 있다는 말

백신에 불만 많은 사람입니다.

나는 코로나 백신에 불만이 아주 많다. 나는 어찌어찌 참고 맞았지만 내 아이에게는 도저히 맞힐 수 없을 것 같다. 일단 청소년 백신패스는 학부모들의 반발로 더 나은 방안을 찾겠다며 몇 달 뒤로 물러났지만 몇 달 뒤는 금방 찾아온다. 내년이면 초등학생이 되는 내 아이도 백신을 맞아야 하는 순간이 다가올 것이다. 지금은 학교를 안 보내더라도 백신을 안 맞혀야겠다 마음을 먹고 있다. 백신 부작용이 아주 낮은 가능성이기는 하지만 결코 제로는 아니며, 그 가능성이 누구에게 닥쳐올지 아무도 모른다. 낮은 가능성이 우리 아이를 비켜가겠지 하는 막연함을 안고 모험을 할 정도로 나는 강심장이지 못하다.


오늘 아침 눈을 떠서 이런저런 기사를 뒤적이다가 한 기사를 읽고 실없는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백신 맞고 돌파 감염까지 되면 ‘무적’?(연구)>라는 제목의 코메디 닷컴 권순일 기자가 쓴 기사였다. 기사의 내용은 백신을 맞고 코로나에 감염되면 오미크론을 비롯해 앞으로 생겨날 변종에 대해서도 면역이 생겨 초면역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기사를 보면서 나는 기자님도 3차 백신 맞기 싫은가, 아니면 반정부주의자인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풋’하고 웃음이 났다. 정부는 3차 접종을 재촉하고 있는데 결국 자가 면역이 최고라는 말이다. 3차 백신이며 거리 두기가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백신을 맞고 감염되었다 치료되면 효과가 있다는 백신 옹호론인지, 앞으로 더 이상의 백신은 필요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일단 이 기사에 대한 나의 생각은 “저 실험 결과가 얼마나 유의미한 것인지 알 수 없다.”이다. 실험 대상도 52명으로 매우 적고, 혈액만을 검사했으므로 혈액을 가지고 있는 신체의 건강 상태와 같은 다른 변수들은 완전히 배제되었기 때문에 반드시 저런 결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을 것이다. 또 연구결과가 실렸다고 하는 미국의사협회지의 공신력이 어느 정도인지 아는 바가 전혀 없다. 물론 나의 무지에 의한 판단 근거일 수 있다.



처음에는 백신만 맞으면 다 될 듯이 이야기하다가, 아이들은 안 걸리니 안 맞아도 된다 하다가, 이제는 3차까지, 아이들까지 맞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는 동안 죽어간 사람이나 심각한 부작용을 얻은 사람들에게는 그 누구도 책임은커녕 설명조차 없다. 어제 폭설이 내리는 가운데 청와대 앞에서 백신으로 가족을 잃은 나머지 가족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사랑하는 부모를, 자식을 잃은 자들에게 폭설 따위 아무것도 아니다. 정부의 방침에 옹호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그들도 노력하고 있지 않냐, 그들도 처음인데 잘 하려고 애쓰고 있는 거 아니겠냐. 노력. 노력의 방향이 잘 못되었을 때도 그 노력에 박수쳐 줘야 하냐 묻고 싶다. 실수할 수도 있지 않냐고 다시 물을 수도 있겠다. 정부가 실수했음을, 불찰이었음을 인정하고 사과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는지 그 후속 조치는 무엇이었는지 다시 묻고 싶다. 그리고 가족을, 건강을 잃은 자들에게 사과나 후속조치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따져 묻고 싶다.



백신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렇다 할 대답 없이 자꾸 맞으라고만 하는 정부의 외침에 화가 난다. 책임은 고사하고라도 적절한 설명이라도 해주면 좋겠다. 모르면 모르겠다 말이라도 하면 좋겠다. 차라리 그 편이 훨씬 더 인간적이다. 그 편이 더 ‘그래, 그들도 인간인데’하는 연민이라도 생길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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