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울리고, 조용히 사라진 음악에 대하여
수업이 끝나고 아무도 없는 연습실.
오늘 수업에 연주했던 음악을 다시 떠올려봐요.
아직 손끝에 음악이 남아 있는 듯한 느낌.
아까 플리에에서 쳤던 그 멜로디,
그랑알레그로에서 한번 시도해 본 리듬—
그 모든 게 조금 전까지 이 공간 안에 분명히 있었는데
지금은 어디에도 없어요.
녹음하지 않았다면, 그 음악은 다시 들을 수 없어요.
즉흥으로 만들어낸 순간의 소리들은
기억해 두려 해도 언제나 조금씩 달라집니다.
가끔 무용수가 말해요.
“오늘 마지막 점프 음악, 너무 좋았어요.”
그럼 나는 멋쩍게 웃으며 대답해요.
“고마워요. 근데 그거… 다시 못 칠 수도 있어요.”
그 말이 진심이에요.
그건 그날, 그 동작, 그 순간을 위해
딱 한 번만 존재했던 음악이니까요.
모든 걸 기록하는 세상이지만,
나는 하루에도 몇 곡씩
기록되지 않은 음악들을 만들어요.
그 음악들은 수업이 끝나면 함께 사라지고,
어쩌면 무용수의 몸에만
잠깐 기억처럼 남아 있을지도 몰라요.
그렇게 사라지는 음악들로
나의 하루는 조용히 채워지고 있어요.
잊혔지만… 정말로 사라진 걸까요?
— 나래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