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가장 조용한 시작으로부터
수업이 시작되기 전,
연습실 한쪽에 조용히 앉아 기다립니다.
무용수들이 몸을 푸는 소리,
발레슈즈가 마루를 스치는 소리,
선생님의 목소리가 공간을 채워가는 시간.
그리고 곧,
“플리에부터 갈게요.”
익숙한 한마디가 들려오면
나는 아주 작은 숨을 쉬고,
처음 건반을 누릅니다.
플리에는 늘 수업의 시작이지만,
피아니스트에게도 그건 오늘의 첫 음악이에요.
느리고 깊은 그 움직임에 어울리는 템포와 화성을
하루 중 가장 처음 만들어내는 순간이기도 하죠.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게.
긴장을 풀어주되, 집중은 흐트러지지 않게.
음악은 그날의 공기를 천천히 읽으며
처음으로 반주자가 되는 감각을 깨웁니다.
같은 8x8 플리에라도
날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건,
음악이 단지 ‘운동의 리듬’이 아니라
그날의 분위기를 여는 열쇠이기 때문이에요.
어느 날은 따뜻하게,
어느 날은 고요하게.
피아노의 첫 화음이 울리는 순간,
나는 ‘오늘의 수업’에 처음 발을 들입니다.
음악이 흐르기 시작했어요.
나는 오늘도 조용히 그 안으로 들어갑니다.
지금 이 첫 음악은, 어떤 하루를 열어줄까요?
— 나래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