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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 편식당 Jul 27. 2021

[이슈짚기]인텔, 다시 한번 날아오를까

'R&D 축소, 반복되는 수율 실패' 겪은 인텔, 이번에는 정말 다를까?

보라색 갈피에서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다양한 내용을 기사와 함께 간략히 짚습니다. 보다 주관적이고, 에디터 편향적인 시각으로 IT와 산업분야의 이슈를 바라봅니다.



인텔이 다시 한번 날개를 펼칠까요?인텔 이번 로드맵 발표로 완성된 반도체 칩뿐만 아니라, 파운드리 공정에도 공격적인 투자를 하며 경쟁 가속화를 예고했습니다.


7월 27일 오전 6시(한국시간), 미국 반도체 칩 제조회사 인텔(Intel)이 온라인 브리핑 '인텔 엑셀러레이티드(Intel Accelerated)'를 개최했습니다. 인텔 최고경영자(CEO) 팻 겔싱어(Pat Gelsinger)는 2025년까지의 인텔 공정 로드맵과 새로운 트랜지스터 아키텍처 및 기술 분야, 대략적인 파운드리 운영 계획 등을 이번 브리핑에서 발표했는데요.


그간 마케팅 요소에서 뒤지고 있던 인텔의 기술력을 강조하며 새로운 혁신 기술 로드맵을 제시한 것, TSMC와 삼성 등을 직접 지목하며 파운드리 경쟁의 구도를 바꾸려는 의지가 엿보인 것이 이번 발표의 핵심적인 부분입니다.


인텔의 때늦은 기술 혁신, 선두주자의 위상 다시 높일까


OS의 선두주자가 마이크로소프트(MS)라면, CPU의 선두주자는 단연 인텔이었습니다. 2000년대 이후 CPU 부문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독점하고 있던 인텔의 기술력은 독보적이었습니다. PC는 물론 모바일 칩의 표준도 인텔이 가지고 있었죠. 인텔의 뒤를 추격하던 AMD는 계속해서  그 아성을 뛰어넘지 못하며 '영원한 이인자'의 이미지가 씌워지기도 했습니다.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인텔의 독보적 위상이 추락하기 시작한 것은 2013년 이후부터입니다. 당시 인텔 CEO였던 폴 오텔리니(Paul Otellini)의 뒤를 이은 브라이언 크르자니크(Brain Krzanich)가 부임하면서부터였죠. 이 당시 애플을 필두로 한 모바일과 각종 무선망 기반의 사업 등이 주목을 받자, 인텔은 이러한 신사업에 치중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인텔의 핵심이었던 마이크로 아키텍처의 기술개발(R&D) 부의 인력을 대폭 축소합니다.


핵심 기술의 개발을 뒷전으로 하고 신사업, 가시적인 성과에 몰두한 인텔의 성과는 2010년대 후반부부터 처참해졌습니다. 모바일 분야의 CPU 점유율을 퀄컴(미국)과 ARM 홀딩스(영국)에게 내주고 말았고, PC는 AMD에게 추격을 허용했습니다. 인텔의 기술 개발이 더뎌지며 CPU의 기반 아키텍처가 14나노 공정에 머무르는 동안, AMD는 멀티 코어 기반 전략을 펼 '인텔의 열화판'에서 또다른 색깔을 지닌 경쟁자로 부상했죠.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3차원 구조의 칩 설계 공정 기술인 핀펫(FinFET)을 선제 도입해 미세공정에서 앞서가던 인텔은 뒤처진 기술 개발로 인해 한국의 삼성전자, 대만의 TSMC 파운드리에 뒤처지고 말았습니다. 무리한 영역 확대 및 가시적 성과를 좇다가 기존 분야의 파이마저 내주게 된 셈이죠.


그렇게 힘을 쓰지 못하며 몇 차례의 CEO 교체만 이어온 인텔은 올해 초, 펫 겔싱어를 선임하면서 분위기를 전환하고자 합니다.



'나노급 이름표' 떼 버린 인텔의 향후 쟁점은?


인텔은 지난 분기 파운드리 투자를 단행한다고 발표하 반도체 미세 공정의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14나노급에서 한동안 머물고 말았던 인텔이 재시동을 걸기 시작한 거죠.


인텔은 이번 브리핑을 통해 뒤처졌던 기술 경쟁의 전략을 확실히 세워왔습니다. 그 전략이란 ▲경쟁사의 '나노공정'의 허점을 찌른 마케팅 전략과 ▲2025년까지 신기술을 활용한 5개의 제품을 출시 로드맵입니다.


반도체 공정 관련 뉴스를 접하다 보면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나노공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마이크론에서 14nm의 메모리 반도체를 개발했다거나, TSMC가 1nm대 기술 공정을 확보하고 있다는 소식이 대표적이죠. 여기서 말하는 나노공정이란 웨이퍼에 새겨 넣는 집적회로의 선폭의 간격을 뜻하는 말인데요. 보통 이 선폭의 간격이 좁으면 좁을수록 집적도가 올라 성능이 향상되고 전력 효율이 올라간다고 합니다. 반도체 기술 선점의 핵심적인 이야깃거리이기도 하죠.


인텔은 이 나노 공정의 오류를 짚으며 기술 경쟁력 마케팅 구도의 재편을 꾀하고 있습니다. CEO 펫 겔싱어는 오늘 발표에서 나노미터 기반 프로세스 공정의 명칭이 실제 게이트와 일치하지 않는다며, 타사의 7nm급 공정이 실제 '선폭 7nm'에 해당하는 게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TSMC, 삼성 등의 반도체 기업이 기존보다 조금 더 발전한 공정을 두며 n나노'급'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마케팅을 해왔다는 거죠.


실제로도 인텔의 공정 기술은 삼성전자나 TSMC에 비해 크게 뒤처지지는 않았습니다. 삼성과 TSMC가 선제 개발한 7나노 공정기술은 인텔이 현재 개발 중인 10나노의 공정과 유사한 수준의 성능입니다. 오히려 트랜지스터 밀도는 인텔이 1㎟당 1억 600만 개로 TSMC와 삼성전자 7나노급의 트랜지스터 밀도인 9700만 개, 9500만 개보다도 높은 수준이기도 하죠.


이에 인텔은 기존의 제품 명칭에 나노공정 수치를 떼내었습니다. 올해 출시 예정인 10나노급 칩은 '인텔 7', 극자외선 공정을 도입해 내년에 출시할 예정인 7나노급 칩은 '인텔 4'라고 명명해 기술력 마케팅의 새로운 변화를 줬습니다. 뒤이어 '2nm대에 근접한 옹스트롬(Å)'라는 뜻의 '인텔 20A'를 2025년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죠.


아울러 GAA(Gate All Around) 기술을 접목해 개발한 아키텍처 리본 펫(RibbonFET)과 파워 비아(Power-via)의 소개, ASML과의 협업 등을 발표하며 최신 기술 공정 경쟁을 예고했습니다.


이제 인텔의 향후 쟁점은 '정말로 로드맵대로 실현할 수 있는가'가 됐습니다. 실현하기야 한다면 분명 CPU 부문의 위상도, 파운드리 시장의 어느 정도 점유율도 차지할 수 있겠죠. 어느새 '과거의 명가'가 된 인텔이 다시 한번 반도체 업계의 일인자가 될 수 있을지, 그 귀추를 주목해볼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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