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스스로 자기 목숨을 끊는 것

by 나른



평소에 삶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지만 죽음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한다. 특히 자살은 내가 꼭 그려보고 싶은 주제일 정도로 관심이 있는 편이다.

인간이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큰 선택 중 하나가 죽음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살아가기에 세상은 너무 더럽고 추하고 악하다. 다른 얘기지만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아이의 의지가 아닌 감히 내 의지로 이 고된 세상에 태어나게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솔직히 세상만 놓고 따져봤을 때 이렇게 안간힘을 쓰며 살아갈 만큼 아름답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죽을 용기는 없으니까, 그래서 어찌 됐든 살아야 하니까, 굳이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긴 하지만.

살려고 하는 것은 오히려 본능적, 동물적 욕구다. 짐승이든 사람이든 갑작스레 죽을 상황에 놓이면 일단 살려고 발버둥 치니까.
하지만 죽고자 하는 건 인간뿐이다. 인간이어서 할 수 있는 선택.

어떤 자살은 오히려 삶보다 숭고하다고 믿는다.
나를 온전히 ‘인간’으로, ‘나’로 살아갈 수 없게 하는 세상이라면 살지 않겠노라고 결정하는 것. 세상이 나더러 한 번 살아보라고 쥐여준 삶을 거부하는 것. 나를 인간 취급하지 않으려는 세상에게 나는 인간이 맞다고 선언하는 것.

그러니 맹목적으로, 살아야 하니 사는, 인간답지 못한 어떤 삶보다 그렇게 사느니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어떤 죽음은 더 인간다운 것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나만 생각하며 살기 벅찬 건 사실이지만, OECD 자살률 1위라는 한국에서, 지금도 누구는 죽음을 결심하는 이곳에서, 모른 채 할 순 없으니까. 내가 큰일은 못해도 그래 그게 문제라고, 이게 잘못되었다고 아는 채라도 한 번 더 하는 것이다.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내년은 올해보다 조금 더,
내가 죽고 난 뒤엔 내가 살았을 때보다 조금 더
개개인이 인간다운 세상을 살아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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