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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른 Feb 15. 2020

믿어볼까






언제나 불행은 통째로 내 것이었는데

네 품에선 자꾸 그 사실을 잊어버려.


그러고 나면 어딘가 불안해져.

잊어도 되는 걸까 하고.


‘불행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잠시 숨어있는 거면?’

‘어느 날 나를 무섭게 삼켜버리면?’


맘 놓고 행복한 내가 낯설어.

언제나 행복은 발버둥 쳐야 조금 맛볼 수 있는 것이었어.


행복이란 참 얄미운 거구나.

그토록 원했는데 막상 곁에 두니 잃을까 두렵잖아.


그래도 너는 해맑게 말하겠지.

앞으로 죽 행복할 거라고. 죽어서도 행복할 거라고.


죽어서도 행복할 거라니 말이 안 되잖아.

바보 같지만 그 말을 자꾸만 믿고 싶어져.


불안해도 믿어볼까 해. 원래 믿음이란 그런 거니까.

말이 안 되는 것을 믿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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