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초6 아들과 본격 캠핑러가 되고 있다

by 오늘을산다

“쇼핑은 나의 힘”인 것 마냥 남편은 매우 공격적으로 캠핑 장비를 들이고 있다. 단 1의 불편함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캠핑 장비 살 돈으로 글램핑 하는 게 낫다’던 남편은 ‘글램핑 몇 번 갈 돈이면 캠핑 장비를 사서 뽕을 뽑겠다’고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소비를 정당화한다.


초6이 된 아들과의 ‘더 많은 대화’를 위해 캠핑이라는 수단을 강구했다는 남편이다.

그의 선한 취지를 나무랄 수 없어,

추위에 극도로 취약한 비루한 몸뚱이를 가진 나는 준비물 몇 개씩 빼먹는다고 나사빠진 사람 취급을 하는 남편마저 꾹 참아낸다.


IMAGE 2021-04-26 11:59:22.jpg 텐트를 치면서 "Pitching a tent" 표현을 배움


한창 캠핑을 다니던 동갑의 사촌에게 ‘같이 갈래?’라고 물으니,

“우린 텐트 다 처분했어. 이제 가끔 글램핑이나 갈려고. 나이 들어서 캠핑 준비하는 것도 힘들고. 근데, 애가 초6이면 남들은 가던 캠핑도 그만 가는데, 너네는 거꾸로 가네?” 그런다.

축구장에서 만나는 아이 친구들 보면 코로나 시국에도 주말까지 학원 스케줄이 빡빡하긴 하다. 아이가 스스로 학원을 보내달라고 할 때까지 기다리자는 마음으로 여태 기다리고 있는데, 혹시나 싶어 “너도 학원 갈래?” 물었으나 싫단다.


스스로 학원을 보내달라고 할 시점은 올까?

학원에 보내면 내 마음 속 불안은 해소가 될까?

무엇보다, 학원에 가면 아이의 미래가 더 넓게 열릴까?

내 스스로도 답을 내지 못해서 그저 기다림만 연장하고 있다. 학교 선생님인 친구도, 내 은사님도, 주변 엄마들도 모두 “이제는 학원에 보내야 하지 않겠니?”라고 하는데.


아빠에게 텐트 치는 기술을 배우고, 함께 불멍을 하고, 침낭에 몸을 둘둘 말고 옆 텐트 아저씨 코고는 소리와 새소리를 함께 듣는 아침을 맞는 경험이, 학원에 앉아 영어, 수학을 배우는 경험과 결코 배제적 관계에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거 아니면 저거가 될 테다. 선택하지 않은 것의 기회비용은 더 커질테고.

아이에 대한 신뢰와 나의 불안감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숙제다.


IMAGE 2021-04-26 12:01:58.jpg 하고 싶은 걸 다 하진 못하지...

애니웨이,

부모랑 같이 어딘가를 갈 의지가 남아 있는 한계 연령이 코 앞이라는데,

적어도 지금은 부모와의 캠핑을 기다리며 ’to do list’를 쓰는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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