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선 자리에서
지난 1년 반, 기록을 멈췄다.
그 사이 새 일을 시작했고,
전보다 빠르게 새 일에 적응했으며,
그만큼 매너리즘도 일찍 찾아왔다.
요사이 자주 백수시절 어지러웠던 내 맘을 돌이켜보고 있다.
이렇게 사고 싶은 거 두세번 생각 않고 사도 되나.
이렇게 긴장도 없이, 한숨도 없이 아침을 맞아도 되나.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사람들은 더 많은데,
백수를 탈출한 나의 삶은 1년 반 전보다 나아졌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는데, 마음이 무거웠다. 개인적 기록도, 공적인 기록도 예전처럼 하기 어려웠던 나름의 핑계다.
기록되지 않은 시간은 결국 망각의 골짜기를 타고 흐트러진다. 나이를 먹을수록 그 속도는 더 빨라지고, 기억의 파편도 더 작은 조각으로 흩어질 것이다.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지난 1년 반의 시간을 성기게나마 엮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