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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을산다 Sep 28. 2021

산재

기득권이 '산재'라는 단어를 소비하는 방법

산업재해.

노동자 누구에게나 익숙한 말, 그러나 쉽사리 손에 잡히지 않는 그 말.


국어사전 속 산업재해 정의


화이트칼라 노동자의 정신적 피해는 업무와의 인과성 증명이 어려워 산재 인정이란 하늘의 별따기.

블루칼라 노동자의 신체적 피해는 대기업 원청 제조라인에서 일하는 정도라야 인정. 하청 제조업에서라면 원청의 눈치에 숨기기 급급. 

설사 산재가 인정된다해도 산재보상은 평균임금에 준하되 2021년 기준 하루 최저 6만9천 원~22만 원 사이에서 이뤄진다.


검사 출신 국회의원이자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곽상도라는 인물의 31세 아들이 대리급으로 '화천대유'를 퇴직하며 산재를 이유로 50억 원이라는 퇴직금+위로금을 받았다 한다. 공식적으로 산재를 신청한 것도 아니어서 산재보상도 아닌, 화천대유가 '선의'로 노동자의 앞날을 걱정해 위로금을 지급했다는 것. 노컷뉴스에 보도된 화천대유 관계자의 말은 이렇다. 


 곽 의원 아들이 격무에 시달린 뒤 중증 이석증을 앓게 돼 정상적인 사회생을 못하게 됐다. 그래서 퇴직금 5억원에 산재 위로금을 합쳐서 지급한 것


공개된 국회의원 재산등록 상 아비의 재산(40여억 원)보다 많은 액수가 6년 일한 대리급 아들의 퇴직금과 산재 위로금으로 쥐어졌다. 그럼에도 불구, 검찰 출신의 정치인 아비는 아들이 월급 250만 원 가량을 받고 일했다는 사실만 흘렸다. 본인의 친정 출신 대권주자의 참모로서 반이재명 전선에서 도덕적 우위를 점하려는 파렴치함까지 꼼꼼하게 갖췄다. '개나 소' 같은 대중이 50억의 퇴직금 같은 그들만의 세상 소식을 알게 되리라고 그는 결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알면 어떠한가, 슬그머니 물타기할 꺼리들이 검찰 캐비닛 속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고 그는 믿고 있을테다.        


초현실적인 숫자.

뉴스에 눈감아 버리고 싶기만 한 오늘, 눈에 띈 다른 뉴스.


우리는 이런 걸 산재라고 부른다


아파트 외벽 청소에 나갔던 일용직 20대 노동자가 밧줄이 끊어져 숨을 거뒀다는 소식이다. 

출근 첫날에.

그러하다. 우린 이런 사건을 산재라고 불러왔다.

태안화력발전소의 김용균을,

구의역의 김군을,

용광로에 빠진 30대 노동자를,

타워크레인에서 떨어진 60대 노동자를,

비닐하우스에서 자다 숨진 20대의 캄보디아 출신 노동자를, 

우리는 산재 피해자라고 불러왔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의 죽음값이 얼마인지 알지 못한다.  


곽상도의 아들도 산재를 입었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6년의 화천대유 근무 끝에 그가 무엇을 얻었는지 명확히 알게 되었다.  

소설가 박완서는 <도둑맞은 가난>에서 부자들은 없는 자들에게서 가난 마저 빼앗는다고 말했다. 있는 자들은  결코 추상적이지 않은 '산재'라는 언어마저 자신들의 것으로 삼으려 한다. 그들의 입에서 '산재'라는 말이 터져나올 때 왜 항상 없는 자들만 '염치'를 입에 달고 사는가 나는 절망하며 묻는다.  


 

 2018년부터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기침이 끊이지 않고, 이명이 들렸으며, 갑작스럽게 어지럼증이 생겼다. 증상이 계속 악화돼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점차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성과급과 위로금을 이렇게 많이 책정 받은 것은 업무 과중으로 인한 건강악화에 대한 위로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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