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Kaleidoscope

재난지원금은 재난상황을 구제하나?

88%와 89% 사이를 칼로 자를 수 있다면

by 오늘을산다

산책을 하다보면 훅훅 들어오는 소통이 종종 있다. 대체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다.

꽃이 예쁜 날엔 할머니들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기도 하고,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어떤 할아버지는 우리 강아지 눈물자국을 보곤 본인께서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했는지 한참을 설명해주시기도 했다.

젊은 사람이 왜 이 시간에 강아지 산책시키냐며 '백수'냐고 차마 묻지는 못하고 에둘러 궁금함을 해소하는 할머니도 계셨다.


소나무길을 걷던 중 오늘도 훅 들어왔다. 아주머니와 할머니 경계쯤 해당하는 아주머니다.

“혹시 재난지원금 신청하면 신청됐다고 문자가 안 오나요?”

“아, 글쎄요. 그건 제가 안 해봐서 잘 모르는데… ”

“저번에는 문자로 온 거 같은데, 이번에는 안 와서. 신청이 잘 안 된건가 싶어서. 노인이 다 돼서 내가 이런걸 잘 몰라요.”

“제가 해보질 않아서 정확하게 말씀을 못 드리겠어요. 구청에 전화해보면 알려줄거 같아요.”

“아가씨(?!)는 신청 안 했어요?”

“아 네. 저는 대상이 아니라…”

(의아한 표정의 아주머니)

“아, 근데 이 근처에 ‘밀레’ 매장 있어요?”

“밀레요? 아, 그건 저 위에 도봉산 올라가는 길에 등산용품 가게 많은데 그 중에 있을 꺼에요.”

“그렇구나. 감사해요. 내가 밀레 신발이 아니면 다른 건 발이 아파서. 이 신발이 다 낡아서 사야하는데 인터넷도 못 하고 해서…”


짧은 대화를 마치고 가던 길을 가는데 마음에 뭔가가 남는다.

물어볼 자식이 없거나 있어도 물어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노인이, 혹여 재난지원금 신청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까 불안한 마음이 들어 산책길에 만난 생판 처음 보는 사람에게 물었다.

아주머니 한 명이라면 25만 원, 남편이 있다면 50만 원. 적지 않은 돈이다. 그 맘, 나도 안다. 장학금 한 푼에, 실업급여 몇 십만 원에 내가 그런 맘에 시달렸었다.


재난 상황 1년 반. 정부는 왜 지금도 그깟 몇 푼 나눠주면서 행정력을 이토록 낭비하는가. 초기 재난지원금보다 나아진 게 있다면 "세대주" 중심에서 "개인" 중심으로 지원 단위를 변경했다는 것 뿐인 듯하다.

88%와 89%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있는가? 88%와 100% 를 나누는 기준은 공정한가? 이제 와서 90%까지 확대하자고 뒷북 두드리는 집권여당 국회의원은 무엇이란 말인가? 자영업자들에게 손해에 비례해 보상할 수 있는 세금자료는 국세청에 존재하지 않는가? 대기업 월급생활자들도 재난지원금을 꼭 받아야 할까? 코로나로 입은 경제적 타격은 가구별, 연령별, 소득기반별, 성별 등등의 기준으로 집계되고 있는가?


당최 답 찾을 길 없는 질문을 던지며, 국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를 묻는다. 안 받아도 될 사람들은 받고, 받아야 할 사람들은 한참 부족하게 받아서 어떤 재난상황이 해결될까? 너도 나도 다 불만이다. 재난지원금에국한한다면, 정책/정치는 완벽한 무능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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