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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을산다 Sep 13. 2021

재난지원금은 재난상황을 구제하나?

88%와 89% 사이를 칼로 자를 수 있다면

산책을 하다보면 훅훅 들어오는 소통이 종종 있다. 대체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다. 

꽃이 예쁜 날엔 할머니들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기도 하고,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어떤 할아버지는 우리 강아지 눈물자국을 보곤 본인께서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했는지 한참을 설명해주시기도 했다. 

젊은 사람이 왜 이 시간에 강아지 산책시키냐며 '백수'냐고 차마 묻지는 못하고 에둘러 궁금함을 해소하는 할머니도 계셨다. 


소나무길을 걷던 중 오늘도 훅 들어왔다. 아주머니와 할머니 경계쯤 해당하는 아주머니다. 

“혹시 재난지원금 신청하면 신청됐다고 문자가 안 오나요?”

“아, 글쎄요. 그건 제가 안 해봐서 잘 모르는데… ”

“저번에는 문자로 온 거 같은데, 이번에는 안 와서. 신청이 잘 안 된건가 싶어서. 노인이 다 돼서 내가 이런걸 잘 몰라요.”

“제가 해보질 않아서 정확하게 말씀을 못 드리겠어요. 구청에 전화해보면 알려줄거 같아요.”

“아가씨(?!)는 신청 안 했어요?”

“아 네. 저는 대상이 아니라…”

(의아한 표정의 아주머니)

“아, 근데 이 근처에 ‘밀레’ 매장 있어요?” 

“밀레요? 아, 그건 저 위에 도봉산 올라가는 길에 등산용품 가게 많은데 그 중에 있을 꺼에요.”

“그렇구나. 감사해요. 내가 밀레 신발이 아니면 다른 건 발이 아파서. 이 신발이 다 낡아서 사야하는데 인터넷도 못 하고 해서…”


짧은 대화를 마치고 가던 길을 가는데 마음에 뭔가가 남는다.

물어볼 자식이 없거나 있어도 물어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노인이, 혹여 재난지원금 신청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까 불안한 마음이 들어 산책길에 만난 생판 처음 보는 사람에게 물었다. 

아주머니 한 명이라면 25만 원, 남편이 있다면 50만 원. 적지 않은 돈이다. 그 맘, 나도 안다. 장학금 한 푼에, 실업급여 몇 십만 원에 내가 그런 맘에 시달렸었다. 


재난 상황 1년 반. 정부는 왜 지금도 그깟 몇 푼 나눠주면서 행정력을 이토록 낭비하는가. 초기 재난지원금보다 나아진 게 있다면 "세대주" 중심에서 "개인" 중심으로 지원 단위를 변경했다는 것 뿐인 듯하다. 

88%와 89%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있는가? 88%와 100% 를 나누는 기준은 공정한가? 이제 와서 90%까지 확대하자고 뒷북 두드리는 집권여당 국회의원은 무엇이란 말인가? 자영업자들에게 손해에 비례해 보상할 수 있는 세금자료는 국세청에 존재하지 않는가? 대기업 월급생활자들도 재난지원금을 꼭 받아야 할까? 코로나로 입은 경제적 타격은 가구별, 연령별, 소득기반별, 성별 등등의 기준으로 집계되고 있는가? 


당최 답 찾을 길 없는 질문을 던지며, 국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를 묻는다. 안 받아도 될 사람들은 받고, 받아야 할 사람들은 한참 부족하게 받아서 어떤 재난상황이 해결될까? 너도 나도 다 불만이다. 재난지원금에국한한다면, 정책/정치는 완벽한 무능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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