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문꾼 Oct 28. 2018

리얼리티? "이거 내 얘길 수도 있겠는데?"

최은영작가의  <쇼코의 미소>  서평




  현실적이라는 말은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쓰는 표현이다.  사전적 의미로 현재 실제로 존재하거나 실현 될 수 있는또는 그런 것이다하지만 정의만으로 납득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오히려 우리는 여러 상황 속에서 경험을 통해 이 단어를 받아들이는 것 같다. 최은영 작가의 과하지 않은 문체가 현실적 상황설정에 신빙성을 더해준다.      

 

 첫 번째 현실적 장치화목하지 않은 주인공 소유와 그녀의 가족들이다. 소유는 일찍 아버지를 여위고, 할아버지, 엄마와 셋이 산다. 보통 화목하지 않다면 불화를 떠올리겠지만, 이 설정이 지나치지 않아 가정불화라 말하기엔 애매하다. 가족 간의 무관심이 현실적이다. 함께 밥도 먹으며, 텔레비전도 본다. 서로 대화가 별로 없고, 함께 사진을 찍지 않을 뿐이다. 이런 그녀의 집에 쇼쿄가 머물게 되며, 생기가 드러난다. 항상 묵묵히 티비만 보던 할아버지가 시도 때도 없이 일본어로 쇼코와 대화를 하며 껄껄 댔다. 또 눈을 반짝이며 웃는 엄마에게서 소유는 낯설음을 느낀다. 게다가 소유네 가족들은 한 번도 함께 찍어보지 못한 가족사진까지 찍는다.


  우리는 비슷한 상황을 겪게 되었을 때 공감하게 된다상황이 현실적이기 때문이다연락이 끊긴 쇼코를 찾아간 소유의 심리가 굉장히 현실적이다. 쇼코를 처음 만난 고등학생 시절, 소유는 그녀에게서 열등감을 느낀다. 그녀는 공부도 잘한다. 소유는 할 수 없었지만, 그녀의 가정에 웃음을 준다. 게다가 어른스럽기까지 했다. 소유는 대학입학 후 연락이 끊긴 쇼코의 소식을 접하게 되고, 그녀의 집에 찾아간다. 소유는 우울증으로 폐인이 된 그녀의 모습을 보고, 이상한 우월감을 느낀다. 아픈 친구 앞에서 윤리적으로 어긋난 것 같지만 “쇼코로부터 위안을 받았다는 사실에 당혹했다,” “너의 인생보다 내 인생이 낫다는 강한 확신”, “쇼코의 아픈 할아버지를 보며 나의 할아버지의 건강을 다행스럽게 생각” 등의 묘사로 읽는 사람들은 불편한 본능을 느낄 수 있다. 어느 작가는 이를 두고 2행시를 졌다. 다른 사람과 비교의 결과는 참해지거나, 만해지거나..     

 

 때로는 현실적이라는 말이 듣는 사람에게는 비수로 꽂힐 때가 있다. 소유의 취업 준비과정 또한 현실적이다. 영화감독이 꿈인 그녀에게 사회는 냉혹하다. 그녀는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다른 삶을 꿈꾸며, 현실에 안주하려는 사람들을 비웃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거듭되는 낙방 덕분에 점점 망가져갔다. 특히 꿈을 얼룩덜룩한 허울에 빗대어 말하는 어휘력, 욕망을 비린내로 표현하는 상황 묘사력 은(p.34) 좌절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현실적인 경험을 통해 두렵게 될지, 겸허하게 될지, 선택은 그대의 몫이다.     

 

 현실적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가족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준다. 내리사랑이라는 말이 있듯이, 부모의 사랑은 자식에게는 당연하다. 할아버지의 죽음 후, 소유는 쇼코와 재회를 하며, 우리는 현실적인 사랑을 경험할 수 있다. 할아버지와 가장 가까워야 할 소유는 그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소유는 쇼코에게서 할아버지를 배운다. 할아버지의 실패, 꿈, 투병과정, 그리고 소유에 대한 사랑. 특히 “그의 돌봄으로 뼈와 살이 여물었고 피가 돌았다.” “나는 할아버지에 대한 부채감을 느꼈었다.”등의 표현은 함축적 이면서도 깊은 사랑의 의미를 전달한다.      


  사실 한국에서 쓰이는 현실적이라는 말은 부정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리얼리티의 장점은 경험이지 않을까? 꼭 나이가 들어야만, 역경과 고난을 겪어야만,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최은영,<쇼코의 미소>,문학동네,2017 를 통해 현실을 한번 체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