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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문꾼 Oct 29. 2018

명강사의 경제수업

『경제학자들은 왜싸우는가 』(서해문집,2015) 소개글.

 

 경제는 가까우면서 먼 그대였다. 우리가 살면서 하루라도 돈을 생각하지 않은 적이 있을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배우려고 했더니, 수요니 공급이니 하는 어려운 용어와 법칙, 그리고 그래프로 인한 어지럼증 때문에 엄두도 내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 나에게 질라보의 『경제학자들은 왜 싸우는가』(서해문집, 2015)는  친절한 선생님이었다.     

 

 수업 시작 전, 명강사는 인트로를 통해 서성이는 학생들을 앉혀 놓는다. 우리는 이번시간에 무엇을 배우고, 왜 배워야하는 당연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펼친다. 이런 의미에서 그대가 이 책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반드시 서론을 읽길 바란다. 흥미로운 점은 질라보가 결론부터 말하는 부분이다. 그는 경제학자들이 싸울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말한다. 경제학자들은 내 고집만 내세우지 않는다. “경제학자는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사람이 아니며” 평범한 사람들이라 말한다. 질라보는 학자들이 경제라는 같은 단어에 대해 서로 다른 이미지를 품고있다고 설명해 준다. 그러나 “서로 다른 표상”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싸우는 것이라며, “귀머거리들의 대화”라 비판한다. 그는 주장한다. “경제를 생각하는 방식이 단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인정해야 한다.”      


  잘 가르치는 선생님은 간단명료하다. 학창시절 종종 겪어 보았을 것이다. 본인이 머리가 좋아 잘 이해하는 것과 내가 이해한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잘 전달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학생들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교사는 굳이 현학적이지 않다. 어렵고 난해한 단어보다 이해할 수 있는 어휘를 선택하며, 전달에 초점을 둔다. 질라보는 애덤스미스가 1776년도에 했던 말을 “요즘 말로 바꿔 말하면”서 까지 이해를 돕는다. (p.25)      


  그는 명강사의 자질을 가지고 있는데, “예시”라는 장치로 당신의 이해를 도울 것이다. “적정가격” 이라는 막연한 개념을 토마토를 사고파는 과정에 빗대어 설명한다.(p.31) 또한 당신이 겪는 일상 속에서 인플레이션을 끌어와 설명하기도 한다.(p.53) 덕분에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개념 A에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다.      


  질라보는 이야기꾼이다. 그의 강의는 내용의 전개가 자연스럽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다. 우리는 애덤스미스가 내세운 주장의 한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케인스가 무슨 노력을 했는지, 자연스럽게 살펴 들어갈 수 있다. 또한 권력의 관점에서 경제를 바라본 마르크스의 등장을 통해 기존 경제관의 한계점을 드러낸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칼 폴라니의 이론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러한 스토리식 전개를 두고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연구 위원장인 홍기빈은 “시장경제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결정했던 대표적인 ‘표상’이 어떻게 변화해왔는가를 시간적 혹은 논리적 순서로 배열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100페이지 정도 분량의 얇은 책이다. 얻을 수 있는 디테일의 한계는 있겠지만, 우리는 질라보를 통해 경제흐름의 숲을 봄으로써, 막연하기만 했던 경제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나는 이를 기본이라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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